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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튼 가운데 미국 경제 사령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오는 6일 중국을 방문한다.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에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인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이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정부는 3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미 중 간 합의에 따라 옐런 장관이 6~9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도 성명을 통해 옐런 장관의 방중을 확인하면서 그가 양국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8~19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이후 3주만에 미국 경제 분야 고위 관료의 방중이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는 블링컨 장관에 이어 베이징을 방문한 두 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이 방문 기간에 중국 고위 관리들과 미국 주요 기업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옐런 장관은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부총리와 실질적인 카운터파트인 류쿤 재정부장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옐런 장관의 방중 기간에 미국과 중국은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에서부터 관세와 금리, 환율과 무역정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13일 미국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가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며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더 값싸게 생산한 중국 물품을 구매하는 데서 미국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연장선에서 옐런 장관은 완전한 대중국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되,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사용될 수 있는 특정 전략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형 디리스킹을 추구할 것임을 재차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이 맞불 차원에서 내놓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하고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난 1일 시행된 반간첩법에 대해서도 옐런 장관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새 반간첩법은 기존 간첩 행위조항에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 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 취득 매수 불법 제공'을 추가했다.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중국 당국이 규정할 수 있는 정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해 기존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도 간첩 행위로 몰릴 수 있는 만큼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반간첩법 시행을 앞두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반간첩법은 외국 기업, 언론인, 학자에게 법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이같이 우려스러운 법 개정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측은 옐런 장관에게 디리스킹은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중 압박 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도입한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가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폐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장관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해외자본수지 통계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8689억달러로 전월 대비 4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작년 3월(1조 132억달러)과 비교하면 1년 여 만에 14.3%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해 4월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달러 밑으로 내려온 이후 13개월 연속 1조달러 미만에 머물고 있다. 

 

경제학자인 톈윈 전 베이징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 국채 인수를 줄이면 미국의 재정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옐런 장관은 중국 당국자들에게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미 중 양국 경제수장들은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두 경제 대국의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채 탕감을 적극 시행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것 역시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옐런 장관 방중 소식에 3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24위안까지 반등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새 5% 급락했다. 지난주에는 달러당 7.27위안 선까지 후퇴하며 6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만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 역시 블링컨 장관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도 이번 옐런 장관의 첫 방중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가 상당 부분 경색된 만큼 이번 방중 일정만으로 큰 전환점을 가져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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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한 세미나장. 삼성증권이 마련한 인공지능(AI) 설명회에 큰손들이 모였다. 행사장을 찾은 300여 명이 보유한 1인 평균 금융자산은 300억원. 대략 '1조원'의 슈퍼리치 자금이 챗GPT AI가 가져올 미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열공'에 나선 것이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인류 역사상 기계와 대화하는 첫 세대다. 수많은 서비스가 생기고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AI 전문가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수백억 원을 투자중인 50대 슈퍼리치는 "AI와 관련된 우량물 투자 기회가 있다면 장기적으로 묻어둘 생각"이라며 "사모투자 같은 프라이빗 딜에도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슈퍼리치 자산이 최근 몇 년 새 수백조 원에 달할 만큼 덩치가 커지면서 상장 주식 채권 투자를 넘어 글로벌 비상장 미래 기업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투자처에 슈퍼리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원화와 달러화 자산 위주 투자 배분도 엔화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AI테마와 결합해 미국의 경우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설계 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닛케이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지형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AI, 반도체, 2차전지는 물론 우주 개발, 에너지 전환과 같은 글로벌 대변혁을 주도할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승자가 될만한 싹이 보이는 곳에 장기 투자하면 결국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최대 관심사는 AI다. AI에 일찍 눈을 뜬 슈퍼리치 중에는 AI 시대 총아로 떠오른 엔비디아 주식을 9달러 대에 머물 때 사들인 사례도 있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400달러를 크게 웃돈다. 만기 15년 이상인 한국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슈퍼리치는 "요즘엔 성장성 있는 AI 투자처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슈퍼리치들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펀드와 신탁 투자를 부동산, 예금, 주식 다음으로 유망한 투자 자산으로 선정했다. 프라이빗 딜 참여를 통한 비상장 주식 선취매에 대한 수요가 높은 셈이다. 

 

최근 KT 자회사 KT클라우드 관련 펀딩에 고액 자산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이번 딜에 삼성증권 슈퍼리치 자금이 대거 참여했다. 총 6000억원 규모를 모집한 가운데 삼성증권 리테일에서 533억원이 유입됐다. 1인 최대 가입 규모는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해 오버 부킹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딜이었다"며 "특히 큰손들이 기관 유동성공급자(LP) 수준으로 자금을 댔다"고 전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조 단위 자금유치를 진행 중인 2차전지 대기업 SK온에도 슈퍼리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펀드를 조성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소 투자액은 10억원 이상으로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이미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주식을 사는 것보다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상장 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크고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보유와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라며 "큰손들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자금은 기관과 비슷한 투자 패턴을 쫒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전자 치료, 우주 개발처럼 '꿈'을 좇는 초장기 투자처에도 서슴없이 자금을 댄다. 미래에셋그룹이 올해 상반기 조성한 사모펀드에는 슈퍼리치 수십 명이 참여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얼마 전 화성 탐사 우주서 스타십을 쏴올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꿈처럼 보이지만 결국 머스크를 믿고 투자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 투자한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알데브론 등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이 조성한 펀드에도 매년 수십억 원의 큰손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일반 리테일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슈퍼리치 비상장 미래 기업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운용사와 증권사 자산관리(WM) 서비스 전담 조직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투자처가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딜 파트너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관련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구성돼 발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네트워킹이 좋고 상품 이해도가 빠른 조직이 딜을 따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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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장기투자 길잡이 '디폴트옵션' 내달 12일 본격시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다음달 12일 본격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선택한 디폴트옵션 전용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경우 원리금 상품에 치우쳐 있던 기존 퇴직연금 투자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 형태로 놔둘 경우 미리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자동으로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해당하는 제도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사전 합의한 소수의 상품군 가운데 투자 성향에 따라 근로자가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 시스템 구축과 사업자가 규약에 반영하는 기간을 고려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일종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하고 퇴직연금 계좌에 현금을 납입한 이후 4주가 지난 후에도 투자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는 가입자에게 '2주 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고 안내한다. 이후에도 가입자가 따로 운용하지 않으면 2주가 지난 후 적립금이 디폴트옵션 사품에 자동 투자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가입했던 정기 예적금 등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때도 적용된다. 일례로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가 저축은행 예금에 가입했을 경우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만기 이후 6주까지 운용 지시가 없다면 해당 예금이 해지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원칙적으로 다음달 11일까지 디폴트옵션으로 투자할 상품군을 설정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DC형 IRP 가입자는 법적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디폴트옵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분기마다 1회 이상 안내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투자상품을 정했다 하더라도 증시 악화 등으로 투자를 유예하고 싶으면 금융사에 의사를 전하면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것은 퇴직연금 10년 장기 수익률이 2%대로 저조하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몰라 현금으로 사실상 방치해놓는 경우가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이 이어지면 노후자산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미국과 호주 등 연금선진국에선 80% 이상의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에서는 가입자의 연령과 투자성향 등 조건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으로 분류한 상품을 선보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21개 금융기관이 135개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을 판매 운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적립금 중 70%까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디폴트옵션으로 지정한 상품의 투자 한도는 100%까지 가능하다. 또한 운용 도중 가입자가 원하면 직접 운용 지시로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은 예적금을 비롯해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 EMP펀드 등을 담고 있다. 특히 TDF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핵심 상품으로 꼽힌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위험 및 안전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상품명에 따라붙는 숫자는 은퇴를 예상하는 연도를 뜻한다. 

 

제도 도입 이후 디폴트옵션으로 전환한 투자자들의 연금 수익률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디폴트옵션에 25만명이 가입하고 약 3000억원의 적립금이 쌓인 것으로 집계됐다. 운용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06%로 연환산 시 12%가 넘는다. 

 

정부는 가입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꾸준히 공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3년마다 정기평가를 통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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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군사기업 PMC의 세계

 

30년 만에 러시아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왜 국방부 소속 정규군이 아닌 민간 용병들을 키웠는지에 모아진다. 여기에 더해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게 왜 내버려 뒀을까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라는 민간군사기업(PMC)의 효용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게다가 PMC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활용해 온 '보이지 않는 그림자 집단'이다. 

 

PMC는 러시아에만 있는 형태의 집단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에도 PMC가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PMC와 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은 주로 보급, 의료 등 후방 지원에 PMC를 활용하지만, 전투나 정보 수집 등 핵심 분야를 맡기기도 한다. 이라크전이 대표적이다. 미군이 2011년 공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투입된 미 용병과 정규군 비율은 1.25대 1로 나타났다. 

 

PMC에 대한 각국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다. PMC와 계약하면 정부는 전쟁에서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군인 연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정규군을 전투에 투입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에 지난 1년 동안 약 2조5000억원의 거금을 썼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규군 운영보다 용병을 쓰는 게 돈이 덜 든다는 게 중론이다. 

 

인구구조와 현대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PMC 선호도가 상승하는 요인이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은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군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족분을 용병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게릴라전이 많아지고 하이브리드전 양상도 있기에 그때그때 특정 상황에 맞는 적합한 역량을 갖춘 용병들을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켓워치가 지난 3월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PMC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43억 4657만달러(약266조원)으로 집계됐다. 2028년이 되면 시장 규모는 3161억 5224만달러(약 412조원)로 약 55% 증가할 전망이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민간단체인 대테러국제용병협회(IMAC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PMC는 170개, 종사자는 30만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러시아 소속 PMC는 다른 PMC들과 조금 성격이 다르다. 러시아는 자국의 PMC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PMC를 민간 기업으로 정식 등록하게 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러시아 PMC는 좀더 높은 자율성을 갖게 되고 불법적인 행위에도 자주 연루된다. 바그너그룹이 리투아니아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된 배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그너그룹 등 PMC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신뢰와 '애착'은 여기서 비롯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PMC는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움직인다. 러시아가 이권이 걸려 있지만 나서기 어려울 때 PMC가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고 CSIS는 짚었다. 문제가 발생해도 러시아는 PMC와 관계를 부인하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원자재, 자원 분야 무역에 대해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PMC는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러시아 PMC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CSIS는 "러시아는 PMC를 활용해 해외 통치자들에게 안보와 경제 교류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힘을 양화시키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섭하는 모양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다이아몬드 광산을 지키기 위해, 수단은 금광보호, 서아프리카 말리 정부는 이슬람 무장 단체에 대항하기 위해 바그너그룹과 계약을 맺었다. 

 

주러시아 대사관 공사를 지낸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나 아프리카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많이 했는데 이때 외교적 관점에서 정규군이 갈 수 없으니 PMC가 갔다"며 "자원이 풍부하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결속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PMC가 '전진기지'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의 '다극주의' 추구와 PMC의 성장이 공교롭게도 시간상 일치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았고, 이에 미국 유럽과 사이가 애매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했다.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가 주요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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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12년 만에 재개된다. 최고 50층 높이의 층수 규제를 출고 한강과 직접 연결되는 보행 데크와 공원을 품은 수변 친화 주거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갤러리아포레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트리마제를 비롯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다양한 전시 공연장, 카페가 어우러져 서울에서도 힙한 지역으로 떠오르는 성수동 일대가 다시 한번 변신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성수동은 과거 구로 영등포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대였다. 하지만 계속 노후화되고 있어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다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사업은 이후에도 순항해 2011년 최고 50층 높이로 건물을 짓는 개발안이 결정고시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시정을 잡으면서 사업 진행은 큰 암초를 만난다. 구역 내 4개 지구에서 정비사업을 동시에 시행해야 조성할 수 있는 대규모 기반시설이 많았던 데다 지역 내 이해관계, 정책 제도 변경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서울시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통해 지역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최근 바뀐 정책 제도를 반영해 4개 지구가 각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안은 2011년 만들어진 원래 정비계획 이상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했다. 우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될 것을 가정해 기존에 최고 50층 이하(높이 150m)였던 층수 규제를 풀었다. 서울시와 성수전략정비구역 조합 등에 따르면 이번 계획안에서는 최고 높이 300m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전략정비구역 한 조합 관계자는 "기존 50층보다 최고층을 높인 사업계획을 두고 조합원들과 의견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예전 정비계획보다 땅면적은 5만㎡ 늘리고, 가구 수도 9% 이상 늘렸다. 

 

강변북로로 가로막혀 있었던 대지여건을 개선해 한강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점도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지 안에 입체 데크를 조성하고, 단지를 중앙집중형으로 배치해 개방감과 한강 조망 가구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했다. 

 

단지 내부에 입체데크를 조성하면 건축법에 따라 데크 면적이 건폐율 용적률에 포함돼 개발 가능 공간이 크게 제한되지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건폐율 용적률에서 데크, 하부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을 제외할 수 있어 사업성이 올라간다. 

 

서울시는 '성수역~한강 연결축'에 상업 업무 여가 기능을 구축하고, '서울숲~한강~뚝섬 연계축'에 선형공원과 수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기존 시가지 연계축인 뚝섬로변으로는 주요 공공서비스 기능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강 수변공원은 강변북로보다 높게 입체적으로 조성하고 단지와 연결된 새로운 석양 명소로 만들어낸다는 구상이다. 성수동 일대 재개발계획의 밑그림이 나오면서 개발업계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또 다른 핵심 개발 계획인 강변북로 지하화가 가능할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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