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장기투자 길잡이 '디폴트옵션' 내달 12일 본격시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다음달 12일 본격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선택한 디폴트옵션 전용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경우 원리금 상품에 치우쳐 있던 기존 퇴직연금 투자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 형태로 놔둘 경우 미리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자동으로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해당하는 제도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사전 합의한 소수의 상품군 가운데 투자 성향에 따라 근로자가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 시스템 구축과 사업자가 규약에 반영하는 기간을 고려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일종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하고 퇴직연금 계좌에 현금을 납입한 이후 4주가 지난 후에도 투자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는 가입자에게 '2주 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고 안내한다. 이후에도 가입자가 따로 운용하지 않으면 2주가 지난 후 적립금이 디폴트옵션 사품에 자동 투자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가입했던 정기 예적금 등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때도 적용된다. 일례로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가 저축은행 예금에 가입했을 경우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만기 이후 6주까지 운용 지시가 없다면 해당 예금이 해지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원칙적으로 다음달 11일까지 디폴트옵션으로 투자할 상품군을 설정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DC형 IRP 가입자는 법적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디폴트옵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분기마다 1회 이상 안내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투자상품을 정했다 하더라도 증시 악화 등으로 투자를 유예하고 싶으면 금융사에 의사를 전하면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것은 퇴직연금 10년 장기 수익률이 2%대로 저조하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몰라 현금으로 사실상 방치해놓는 경우가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이 이어지면 노후자산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미국과 호주 등 연금선진국에선 80% 이상의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에서는 가입자의 연령과 투자성향 등 조건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으로 분류한 상품을 선보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21개 금융기관이 135개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을 판매 운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적립금 중 70%까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디폴트옵션으로 지정한 상품의 투자 한도는 100%까지 가능하다. 또한 운용 도중 가입자가 원하면 직접 운용 지시로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은 예적금을 비롯해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 EMP펀드 등을 담고 있다. 특히 TDF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핵심 상품으로 꼽힌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위험 및 안전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상품명에 따라붙는 숫자는 은퇴를 예상하는 연도를 뜻한다.
제도 도입 이후 디폴트옵션으로 전환한 투자자들의 연금 수익률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디폴트옵션에 25만명이 가입하고 약 3000억원의 적립금이 쌓인 것으로 집계됐다. 운용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06%로 연환산 시 12%가 넘는다.
정부는 가입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꾸준히 공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3년마다 정기평가를 통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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