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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당 오른 중도우파 국민당 보수진영 합쳐도 과반 불가

1970년대 파시즘 부활 경계 극우 '복스' 의석수 크게 줄어

7석 중도정당 '캐스팅보드' 집권 사회당도 연정 안간힘

 

진보에서 보수로 무난한 정권 교체가 예상됐던 스페인 하원 총선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중도우파 국민당(PP)이 제 1당으로 올라섰지만 극우 성향인 복스(Vox)가 부진한 성적을 내며 보수진영이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두 진영이 소수정당을 포섭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다. 양측 모두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24일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제1야당이었던 PP는 하원 전체 의석 350석 가운데 136석을 차지해 제 1당이 됐다

 

기존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은 122석을 확보했다. 복스는 33석을, 15개 좌파정당이 연합한 수마르(Sumar)는 31석을 획득했다. PP 복스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이 169석, 진보진영인 사회당 수마르가 153석을 얻으면서 양측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기존 예상을 깨고 사회당이 선전했다. 앞서 지난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PP는 복스와 함께 광역자치단체 12곳 가운데 9곳을 차지하며 사회당을 압도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선거 결과 윤곽이 들어났을 때 사회당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환호했고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PP 대표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론 조사업체 분석을 인용해 "산체스 총리가 선거 막바지에 PP 복스 연합이 스페인을 2023년에서 '1973년'으로 퇴보시킨다고 경고하면서 표심을 정하지 못했던 유권자를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1973년은 파시스트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시기다. 스페인은 1975년 그의 사망 이후 민주주의로 전환했고 이후 극우 세력은 한 번도 정부에 참여하지 못했다. 

 

양극단에 있는 정치 세력에 대해 국민이 피로감을 느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9년 총선과 비교해쓸 때 중도우파 PP와 중도좌파 사회당은 의석수가 각각 47석, 2석 증가한 반면 극우와 극좌로 분류되는 복스와 수마르는 각각 19석, 7석 줄었다. 

 

 

이에 앞으로 스페인은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 대표가 맡는데, 하원 과반(17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후 국왕이 총리를 임명하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문제는 두 세력이 각각 범보수, 범진보 통합에 성공해도 과반이 안된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은 PP, 복스에 CC, UPN을 더하면 171석, 진보 진영은 사회당, 수마르에 카탈루냐공화당(ERC), 바스크국가모임(EHB) 등을 포함하면 172석이다. 

 

중도로 분류되는 카탈루냐연대당(Junts)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다. 총선에서 7석을 획득한 이 당을 포섭하는 진영은 과반이 된다. 카탈루냐연대당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당이라, 복스와 연대할 PP측에 설 가능성이 낮다. 복스는 카탈루냐 분리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PP는 극우 복스를 품으면서도 중도 진보 정당에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카탈루냐공화당(7석), 바스크국가모임(6석), 바스크국민당(EAJ-PNV 5석) 모두 카탈루냐나 바스크의 분리 독립 등 주권 보호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정당으로 복스와 정반대에 서 있다. 페이호 대표는 개표 막바지 총선 승리를 선언하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다면 유일한 대안은 정쟁뿐"이라고 말했다. 다수당인 PP가 정부를 구성하게 해달라는 호소다. 

 

어느 진영이 권력을 쥐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진보에 가까운 정당이 많다는 점이 사회당에 유리해보이지만 사회당이 이들 요구를 모두 맞춰주기는 어렵다. 일례로 카탈루냐연대당은 카탈루탸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산체스 총리는 PP와 복스에 반대하는 모든 정당이 그를 지지하면 연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극도로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했다. 

 

재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인은 2015년 말~2016년, 2019년 총선 재선거 이력이 있다. 당시 두 진영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각각 10개월, 7개월 동안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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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소형모듈원전 테라파워 가보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 현재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20억달러를 지원받는 등 총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입해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MW) 규모 SMR 실증단지를 구축 중이다. 25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SMR 실증단지의 완공과 상용화 시점으 2030년이다.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소금)을 쓰는 혁신적인 4세대 SMR 개발에서 선두주자다. SK와 SK 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억5000만달러(약3000억원)를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하는 등 미래 에너지 선점에 나섰다.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벨뷰시에 위치한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 국가 안보에 중요한 보안 시설인 만큼 깐깐한 신원 확인을 거쳐 6600㎡(약 2000평) 크기의 창고식 연구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곳에는 테라파워 SMR 개발을 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열 저장 설비, 염소염 용융염 원자로(MCFR) 실험 장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설비 등이 설치돼 있다. 테라파워가 한국 언론에 연구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R은 발전용량 500MW 이하의 소형 원전을 뜻한다. SMR은 외부 전원없이 원자로를 자연 냉각할 수 있고, 배관을 노출하지 않는 일체형이라 대형 원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개발 중인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서 검증된 경수로 기반의 3.5세대, 냉각제와 감속재 용도로 물이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4세대로 구분된다. 테라파워는 고속 중성자로 인한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나트륨으로 냉각하고 이렇게 나온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4세대 SMR 기업이다. 

 

연구소 내부에서 마이클 앤더슨 선임관리자가 연료봉을 육각형 모양으로 묶은 '핵연료 다발' 금속 모형을 보여주고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는 육각형 패턴으로 돼 있어 연료봉을 다같이 적합하게 위치하도록 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발의 구조가 사각형인 경수로형 핵연료보다 크기를 줄이면서 고속 원자로를 통해 출력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나트륨 원전의 연료봉 수명도 기존 2년 대비 5배 길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경수로 유형보다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어 사후 처리에 용이하다. 

 

테라파워 연구진은 대형 글러브박스에서 액체 나트륨 특성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액체 나트륨의 끓는점은 물보다 8배 이상 높은 880도다. 이 때문에 원자료에서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도 저압 상태에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염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테라파워는 미래형 원자로인 염소염 용융염 원자로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인 2MW 규모 실험 장비를 통해 용융염 냉각재 사용에 따른 배관 부식 속도, 물성 등 안정성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테라파워는 와이오밍 주에 SMR을 건설하는 데 이어 퍼시피콥 소유의 유타주 석탄화력발전소 용지에도 2033년까지 SMR 2기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한다. 영국 국가원자력 연구원은 2035년 세계 SMR 시장 규모가 400조~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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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데 이어 운반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9월분 밀 선물 가격이 하루새 11% 넘게 뛰어오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 곡물 시장의 장기 혼란과 그에 따른 식품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이날 밀 선물 가격(9월 인도분)은 장중 전날 대비 11.4% 상승해 부셸(약 27.22kg) 당 7.43달러까지 급등했다. 하루 가격 상승률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컸다. 옥수수 가격도 이틀 연속 올라 지난 18일 5.63%, 19일에는 3%이상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곡물 가격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가 19일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자정(한국시간 20일 오전 6시)부터 우크라이나로 가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으로 군용 물자를 실은 선박으로 간주하며, 해당 선박 국적국도 우크라이나 분쟁의 당사자로 보겠다"고 밝혀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백악관은 흑해에서 운항 중인 곡물 운반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접근로에 해저 지뢰를 설치했다"며 "이는 흑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이틀간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의 시설을 연달아 공격하며 긴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오데사 항구는 우크라이나 수출의 70%가량을 책임지는 주요 시설이다. 러시아 측은 "오데사 항구 인근의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고의로 곡물 거래 인프라스트럭처를 집중 공격했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으로 수출대기 중인 곡물 6만t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오데사 항구를 공격하고 곡물 수출 항로까지 막는 데는 자국에 대한 수출 제재를 풀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농업 분야와 관련된 러시아 자산의 동결도 해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흑해곡물협정을 지렛대로 활용해 러시아의 곡물 수출과 해외 금융 거래 제재를 풀어달라는 취지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겐 어떤 약속이나 제안이 아니라 그것의 이행이 필요하다"며 "이런 조건이 이행되면 러시아는 곧바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으면서 자국의 곡물 수출을 허용해줄 경우 아프리카 등 빈곤국에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전쟁 발발 전 양국은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 중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식량 공급국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은 튀르키예에 위치한 수출조정센터를 거쳐 전 세계에 출하돼왔다. 러시아의 협정종료와 공격 위협 탓에 18일부터 흑해곡물 운반선은 보험 가입까지 거부되면서 향후 곡물 시장에 대량 공급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 러시아 제재를 쉽게 풀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는 곡물 수출의 동맥으로 현재 수확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항구 포격과 농작물 터미널 공격을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으로 무역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우크라이나가 강이나 육로로 곡물을 운송할 수 있지만 훨씬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것"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우크라이나 곡물에 크게 의존하는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의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식량 안보 전망이 악화하고 저소득 국가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리프 후사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수석경제학자는 "이미 수십개국 인구 수백만 명이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흑해곡물협정) 중단 시점은 잔인하다"며 "가장 취약한 인구와 국가가 식량을 구하고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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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불황 반복은 진리인데 미국만 유독 호황기 길어

무엇이 이런 차이 만들까

미국 경기침체 오기는 하나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경제다. 어떤 날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어떤 날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처럼, 어느 날은 물건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는데 어느 날은 재고가 쌓여가기만 한다. 어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난리였는데 오늘은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나가라고 한다. 경제 부침에 사람들의 희로애락도 바뀐다. 

 

경제는 호황을 거쳐 정점에 다다르면 하강기를 겪고 하강이 계속되면 바닥에 도달한 후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거쳐 정점에 도달한 후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거쳐 정점에 도달한다. 반복되는 이 과정을 '비즈니스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이 사이클에 따라 소득과 고용이 출렁거리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내린다. 300년의 자본주의 역사상 예외는 없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설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정책도 복잡한 것 같지만 최종 목적은 호황과 불황 간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 것이다. 21세기 세계 경제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1854년부터 2020년까지 166년간 생산, 고용, 소비 등 각종 지표들을 활용해 미국의 경기 순환 과정을 분석했다. 그들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이 기간 중 총 33번의 경기순환주기를 겪었다. 경기가 정점에서 출발해 하강한 후 저점을 형성하고 다시 상승기에 돌입해 정점까지 오는 기간이 한 주기다. 정점에서 저점까지 오는 기간을 수축기, 저점에서 정점까지 도달하는 기간이 확장기다. 

 

미국의 경우 하나의 주기가 형성되는 기간은 평균 5년(59개월) 안팎이다. 순환주기가 가장 짧았던 적은 대공황 전인 1920년대로 17개월, 주기가 가장 길었던 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기간인 146개월이다. 

 

특징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경제의 수축기는 짧아지고 확장기는 길어졌다는 점이다. 1854년부터 1919년까지 초기 65년동안 경기 수축기는 21.6개월, 확장기는 26.6개월로 파악됐다. 수축과 확장의 기간이 엇비슷했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근 30년간은 수축기가 18.2개월, 확장기가 35개월이었다. 수축기는 이전보다 3개월 정도 줄어든 반면 확장기는 9개월 가량 늘었다. 2차 대전 후인 1945년부터의 변화는 훨씬 극적이다. 1945년부터 2020년까지 75년간 수축기는 평균 10.3개월, 확장기는 64.2개월이다. 확장기가 수축기의 6배가 넘는다. 

 

특히 코로나19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우려됐던 기간 중 미국 경제의 수축기는 단 2개월(2020년 2~4월)에 불과했다. 이후 바로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경기 수축기는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확장기는 대폭 늘어나는 경제로 변해가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은 자본주의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불황'과 '침체'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른 나라의 경기순환 과정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은 1980년대 말 이후 30여년 간 장기 침체 국면을 겪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도 그 안에서 확장과 수축기를 반복했다.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1951년부터 2020년까지 70년간 총 16번의 경기순환을 거쳤다. 이 중 확장기는 평균 38.5개월, 수축기는 평균 16.3개월로 파악됐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우 2000년 이후 경기 확장기는 평균 39개월, 수축기는 27개월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통계청이 경기순환주기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때부터 2020년까지의 순환주기를 살펴보면 확장기는 평균 33개월, 수축기는 20개월이다. 한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경기 하강 기간은 훨씬 짧고 상승 기간은 훨씬 길다. 미국과 다른 나라 간 비즈니스 사이클의 '디커플링'이 본격화하고 있는것. 각국이 경기 하강을 막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면서 갖은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제조업 줄고 금융 IT 급부상 침체기 줄이는 데 크게 기여

70년대 금태환 정책 폐기하고 2000년대엔 무제한 양적 완화

위기마다 기축통화 달러 사용

 

미국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뀐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먼저 산업구조의 변화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부가가치 비중)은 2차 대전 이후 극적으로 바뀐다. 

 

1947년에는 미국 GDP에서 민간 제조업의 비중이 39.3%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이 비중이 17.1%로 22.2%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민간 서비스업 비중은 47.2%에서 70.9%로 23.7%포인트 급상승했다. 서비스업 중 금융 보험 부동산업 비중이 10.3%에서 21%로 크게 늘었고 정보기술 분야는 과거 존재감이 없었지만 2021년에는 GDP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제조업 중심국가에서 서비스업 중심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소비기간이 길고 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침체의 기간도 줄일 수 있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정책 효과가 배가 된 것도 원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경제 호황이 길면 불황도 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은 긴 호황을 거쳐 불황이 찾아오면 다른 나라가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꺼내들었다. 미국 경제는 1960년대 9년에 걸친 확장기를 거친 후 1970년부터 본격적인 수축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닉슨 정부는 달러를 금으로 바꿔줬던 각국과의 약속을 깼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달러 가치의 급락을 막았고 이후 경제는 불황에서 빠져나왔다. 2001년 1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7년에 걸친 경기 확장 국면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에 거품이 형성됐다. 이 거품이 꺼지면서 2008년 금유위기가 닥쳤다. 이때 미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또다른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를 살렸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강하하자 이번엔 '무제한 양적완화'카드를 꺼냈다. 미국 경제는 이때 2개월이란 짧은 하강 국면을 겪은 후 곧바로 상승하는 'V자 반등'을 만들어냈다. 

 

미국만 유독 경기 확장 국면이 장기화하는 비즈니스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미국의 경제 지배력이 확대되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이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다른 나라들의 참여와 희생이 따른다. 개발도상국에서 저임금 노동에 기반한 제조업이 활성화하면서 미국은 제조업을 아웃소싱하고 금융과 정보기술 등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서비스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해 무제한 돈을 풀었지만 미국 내에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은 것은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형태로 달러를 쌓아놓으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이 같은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불황에 대한 부담을 다른 나라로 전이하면서 경기 확장 국면을 늘려갔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달러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외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지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국가부도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불균형은 21세기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 흐름을 보면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부터 진행된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GDP증가율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2%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1.5%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6월 실업률은 3.6%로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해 있다. 산업생산과 소매매출 등의 지표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평균 확장 국면이 64개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2025년 상반기까지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미국고 ㅏ상황이 다르다.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일변도로 재편되지 않았고 정부 정책 효과도 미국처럼 강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국내 경기는 물론 환율과 무역수지 등 대외 변수까지 감안해서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도 불확실하다. 

 

우리나라의 경기 국면은 2020년 5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저점을 겪은 후 상승기에 접어들어 2022년 9월 경기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강 국면이 진행되고 잇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경기 하강 국면 기간이 평균 20개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나 경기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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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폭염이 지구를 덮치면서 북반구가 펄펄 끓고 있다. 온난화로 폭염이 더 강해져 응급 치료를 받는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18일 북반구 전역에서 극심한 더위로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서는 기온이 66.7도까지 올랐다. 이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 수준을 넘어선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지난 16일 53.3도를 기록해 세계 신기록에 근접했고, 같은 중국 서부 신장 지역에서는 52.2도로 역대 최고기온을 찍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곳곳에서 나온 최고기온 신기록은 1만 2000건이 넘는다.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되며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기온이 19일 연속 43도를 넘어 기존 최장 기록인 18일을 깼다. 피닉스에서는 최근 폭염으로 12명이 사망했다. 응급실 의사인 프랭크 로베치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이후로 응급실이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간 일부 환자에게는 얼음이 들어찬 시신가방(보디백)에 넣어 임시 처방을 내리기도 하는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더위에 계속 노출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일사병, 현기증, 실신,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기온이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병원에는 온열질환으로 응급 치료를 받는 사람이 급증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환자가 20~25% 늘었다. 이날 로마 기온은 41.8도로 종전 기록인 작년 6월 40.7도를 경신했다. 시칠리아는 약 41도에 달했고 사르데냐는 최고 45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의 카르다렐리병원은 지난 24시간 동안 231명이 응급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일일 치료 수치다. 가디언은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일부는 자택에 머물고 있었지만 관광객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토니오 다모레 카르다렐리병원장은 "이날 입원한 환자 중 2%는 심각했고, 38%는 중간 정도의 위중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 피렌체, 볼로냐 등 23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작년 여름 유럽 전역에서 더위 관련 사망자가 6만1672명 발생했으며 사망률은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가장 높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 폭염을 더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0)로 줄어들 때까지 높은 기온과 극한 날씨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상학자는 WSJ에 "7월에도 기록적인 기온이 이어진다면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며 "이는 기업에 부담을 주고 전력망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렛 앤더슨 아큐웨더 선임기상학자는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바다 때문에 습도가 높고, 여러 개 열돔이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전 세계 온기를 가두고 있으며, 제트기류로 폭풍이 느리게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가 기후변화를 가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대급 폭염에도 관광객은 스페인 해변을 찾거나 미국 워싱턴 DC랜드마크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심지어 일부 관광객은 지구상에서 더운 곳 중 하나인 데스밸리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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