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견고한 고용 시장이 소비를 지탱해주면서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예상했던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꾸준히 냉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기 연착륙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는 우선 견고한 노동시장에 있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국 내 일자리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무분 일자리 수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전월 대비 20만~30만개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7월에도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7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폭 시장 전망치는 20만개다. 블룸버그는 7월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인 3.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인난을 겪는 미국 기업들이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탄탄한 노동시장이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고용 유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가령 미국 빅테크 업체 애플은 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원칙하에 대규모 감원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은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즈니스 자문사 비스테이지 월드와 이드가 최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만이 올해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WSJ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직원들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해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고용시장 덕에 소비도 양호하게 유지되면서 미국 경제는 성장흐름을 잃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가 5%를 뛰어넘는 고금리 시대를 맞았지만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4%로 집계돼 1분기 증가율(2%)을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1.6%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에릭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소비를 크게 줄일 가능성은 낮다"며 "높은 금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 올라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도 4.1% 올라 2021년 9월 이후 최소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실업률 급등과 경기 침체를 낳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하이디 시어홀츠 정책 책임자는 차이낸셜타임스(FT)에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완화되는 가운데 이 추세가 계속되고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착륙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얀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연준이 연착륙을 위한 궤도에 올랐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를 목도한 연준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결국 노동시장의 붕괴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마이클 게펜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자주 경기 침체를 겪은 게 우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투자시장에 큰 변화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과거에도 미국 금리 정책이 변곡점을 지날때마다 자산시장이 요동치곤 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와 자금시장만 해도 작년 6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이후 일대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작년과는 반대로 긴축이 마무리 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 등 증시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었던 자금 추이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정책 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 자금 유입이 가장 활발했다.
27일 IMF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부동산 버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2006년 6월 끝나면서 2007년 8월까지는 365억달러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주식 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이는 직전 금리인상기(2004년 6월~2006년 6월) 유입액 228억달러보다 크다.
연준이 경기 둔화 우려로 긴축을 끝낸 2018년 12월에서 2019년 6월까지의 금리유지기에도 신흥국엔 426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역시 금리 인상기나 인하기보다 많은 액수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과거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고점이 유지된 기간 중에 신흥국으로 자금이 크게 유입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신흥국 금리인하 여력, 양호한 성장전망,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작년 3월부터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 글로벌 자금이 대거 북미로 향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흥국 재유입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환율 하락과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한국 증시에서 10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를 더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시장의 경우 과거 사례보다 최근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022년까지 3년 동안 외국인들은 62조3000억을 순매도했다"면서 "매도 규모를 감안하면 순매수 여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0년 초 증시에서 38.9%까지 올라갔던 외국인 비중은 지난달 말 32.1%에 불과하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엔 외국인들이 폭발하는 중국증시를 담기 위해 한국 비중을 줄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중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1~2년간 이어진 미국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선진국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국, 일본, 인도 등 타 아시아 국가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우호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 펀드 내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한국의 투자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중에서도 장기 투자 성향이 높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위험 자산 배분을 늘리면서 상반기 한국 주식 매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금리인상을 마무리한 이후 닷컴 부동산 등 경제 거품이 터지면서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거나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경우 자본시장에 호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미국 긴축 마무리 시점에 반도체 기계 등 한국 주요 업종 실적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가별로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사업재, 경기소비재의 실적 개선으로 신흥국 중 유일하게 전체 주당 순이익(ESP)이 상승하고 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국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중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EPS가 최근 한달 새 58% 늘어나는 등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 등 대형주들의 이익 예상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적자를 발표한 2분기 이후 반등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이후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고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엔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와는 별개로 기관이나 개인의 자본 유입이 지지부진하면 증시 상승 동력은 예상보다는 약해질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해도 고금리 상황이 얼마나 길어지는지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질 수 있고, 국내에선 쏠림현상이 극심했던 주가 지수가 균형을 되찾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지표와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경제 지표를 잘 살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에 대해서는 국내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24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제시했다. 7월 중앙정치국 회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좀처럼 성장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열렸던 만큼 중국 당국이 어떤 부양책을 꺼내 들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중앙정치국 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 경기 부양이다. 중앙정치국은 '중점 영역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지목하면서 "부동산 시장 수급관계에서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부동산 정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는 구체적으로 정부가 주택 건설과 공급을 뒷받침해주고 성중촌(도시 외곽에 이주민이 모여 만든 환경이 열악한 주거지구) 개조와 사회 기반시설 건설, 유휴 부동산 개조 등에 주력하며 주택 대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꾸준히 강조해 온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경고성 슬로건이 이번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서 빠져 눈길을 끌었다.
이 문구는 2016년 중앙정치국 회의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 8년간 중국 부동산 정책의 주요 원칙 중 하나로 꼽혔던 만큼 해당 문구가 빠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부양책 외에 내수 진작 역시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중앙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회복이 더뎌지는 첫 번째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을 꼽으면서 자동차와 전자 제품, 가구 등 단가가 높은 내구재와 스포츠, 문화, 여행 등 서비스 관련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또 중국 경제 최대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는 지방정부 부채를 해결할 방안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부동산 부문 및 내수 진작 등과 별개로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파격적인 부양책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정책에 대한 언급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당초 시장에서 예상됐던 특별국채 발행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기업이 다수 상장돼 있는 홍콩 증시가 강한 반등을 보였다. 25일 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4.1% 상승한 1만9434.40으로 장을 마감했다. 선전 종합지수는 2.19% 오른 2.48.15, 상하이종합지수는 2.13% 오른 3231.52를 나타내는 등 중국 본토 증시 지수 역시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경제다. 어떤 날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어떤 날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처럼, 어느 날은 물건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는데 어느 날은 재고가 쌓여가기만 한다. 어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난리였는데 오늘은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나가라고 한다. 경제 부침에 사람들의 희로애락도 바뀐다.
경제는 호황을 거쳐 정점에 다다르면 하강기를 겪고 하강이 계속되면 바닥에 도달한 후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거쳐 정점에 도달한 후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거쳐 정점에 도달한다. 반복되는 이 과정을 '비즈니스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이 사이클에 따라 소득과 고용이 출렁거리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내린다. 300년의 자본주의 역사상 예외는 없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설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정책도 복잡한 것 같지만 최종 목적은 호황과 불황 간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 것이다. 21세기 세계 경제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1854년부터 2020년까지 166년간 생산, 고용, 소비 등 각종 지표들을 활용해 미국의 경기 순환 과정을 분석했다. 그들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이 기간 중 총 33번의 경기순환주기를 겪었다. 경기가 정점에서 출발해 하강한 후 저점을 형성하고 다시 상승기에 돌입해 정점까지 오는 기간이 한 주기다. 정점에서 저점까지 오는 기간을 수축기, 저점에서 정점까지 도달하는 기간이 확장기다.
미국의 경우 하나의 주기가 형성되는 기간은 평균 5년(59개월) 안팎이다. 순환주기가 가장 짧았던 적은 대공황 전인 1920년대로 17개월, 주기가 가장 길었던 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기간인 146개월이다.
특징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경제의 수축기는 짧아지고 확장기는 길어졌다는 점이다. 1854년부터 1919년까지 초기 65년동안 경기 수축기는 21.6개월, 확장기는 26.6개월로 파악됐다. 수축과 확장의 기간이 엇비슷했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근 30년간은 수축기가 18.2개월, 확장기가 35개월이었다. 수축기는 이전보다 3개월 정도 줄어든 반면 확장기는 9개월 가량 늘었다. 2차 대전 후인 1945년부터의 변화는 훨씬 극적이다. 1945년부터 2020년까지 75년간 수축기는 평균 10.3개월, 확장기는 64.2개월이다. 확장기가 수축기의 6배가 넘는다.
특히 코로나19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우려됐던 기간 중 미국 경제의 수축기는 단 2개월(2020년 2~4월)에 불과했다. 이후 바로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경기 수축기는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확장기는 대폭 늘어나는 경제로 변해가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은 자본주의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불황'과 '침체'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른 나라의 경기순환 과정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은 1980년대 말 이후 30여년 간 장기 침체 국면을 겪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도 그 안에서 확장과 수축기를 반복했다.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1951년부터 2020년까지 70년간 총 16번의 경기순환을 거쳤다. 이 중 확장기는 평균 38.5개월, 수축기는 평균 16.3개월로 파악됐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우 2000년 이후 경기 확장기는 평균 39개월, 수축기는 27개월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통계청이 경기순환주기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때부터 2020년까지의 순환주기를 살펴보면 확장기는 평균 33개월, 수축기는 20개월이다. 한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경기 하강 기간은 훨씬 짧고 상승 기간은 훨씬 길다. 미국과 다른 나라 간 비즈니스 사이클의 '디커플링'이 본격화하고 있는것. 각국이 경기 하강을 막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면서 갖은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제조업 줄고 금융 IT 급부상 침체기 줄이는 데 크게 기여
70년대 금태환 정책 폐기하고 2000년대엔 무제한 양적 완화
위기마다 기축통화 달러 사용
미국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뀐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먼저 산업구조의 변화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부가가치 비중)은 2차 대전 이후 극적으로 바뀐다.
1947년에는 미국 GDP에서 민간 제조업의 비중이 39.3%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이 비중이 17.1%로 22.2%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민간 서비스업 비중은 47.2%에서 70.9%로 23.7%포인트 급상승했다. 서비스업 중 금융 보험 부동산업 비중이 10.3%에서 21%로 크게 늘었고 정보기술 분야는 과거 존재감이 없었지만 2021년에는 GDP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제조업 중심국가에서 서비스업 중심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소비기간이 길고 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침체의 기간도 줄일 수 있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정책 효과가 배가 된 것도 원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경제 호황이 길면 불황도 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은 긴 호황을 거쳐 불황이 찾아오면 다른 나라가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꺼내들었다. 미국 경제는 1960년대 9년에 걸친 확장기를 거친 후 1970년부터 본격적인 수축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닉슨 정부는 달러를 금으로 바꿔줬던 각국과의 약속을 깼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달러 가치의 급락을 막았고 이후 경제는 불황에서 빠져나왔다. 2001년 1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7년에 걸친 경기 확장 국면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에 거품이 형성됐다. 이 거품이 꺼지면서 2008년 금유위기가 닥쳤다. 이때 미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또다른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를 살렸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강하하자 이번엔 '무제한 양적완화'카드를 꺼냈다. 미국 경제는 이때 2개월이란 짧은 하강 국면을 겪은 후 곧바로 상승하는 'V자 반등'을 만들어냈다.
미국만 유독 경기 확장 국면이 장기화하는 비즈니스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미국의 경제 지배력이 확대되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이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다른 나라들의 참여와 희생이 따른다. 개발도상국에서 저임금 노동에 기반한 제조업이 활성화하면서 미국은 제조업을 아웃소싱하고 금융과 정보기술 등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서비스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해 무제한 돈을 풀었지만 미국 내에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은 것은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형태로 달러를 쌓아놓으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이 같은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불황에 대한 부담을 다른 나라로 전이하면서 경기 확장 국면을 늘려갔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달러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외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지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국가부도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불균형은 21세기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 흐름을 보면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부터 진행된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GDP증가율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2%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1.5%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6월 실업률은 3.6%로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해 있다. 산업생산과 소매매출 등의 지표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평균 확장 국면이 64개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2025년 상반기까지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미국고 ㅏ상황이 다르다.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일변도로 재편되지 않았고 정부 정책 효과도 미국처럼 강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국내 경기는 물론 환율과 무역수지 등 대외 변수까지 감안해서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도 불확실하다.
우리나라의 경기 국면은 2020년 5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저점을 겪은 후 상승기에 접어들어 2022년 9월 경기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강 국면이 진행되고 잇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경기 하강 국면 기간이 평균 20개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나 경기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튼 가운데 미국 경제 사령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오는 6일 중국을 방문한다.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에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인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이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정부는 3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미 중 간 합의에 따라 옐런 장관이 6~9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도 성명을 통해 옐런 장관의 방중을 확인하면서 그가 양국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8~19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이후 3주만에 미국 경제 분야 고위 관료의 방중이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는 블링컨 장관에 이어 베이징을 방문한 두 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이 방문 기간에 중국 고위 관리들과 미국 주요 기업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옐런 장관은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부총리와 실질적인 카운터파트인 류쿤 재정부장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옐런 장관의 방중 기간에 미국과 중국은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에서부터 관세와 금리, 환율과 무역정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13일 미국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가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며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더 값싸게 생산한 중국 물품을 구매하는 데서 미국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연장선에서 옐런 장관은 완전한 대중국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되,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사용될 수 있는 특정 전략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형 디리스킹을 추구할 것임을 재차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이 맞불 차원에서 내놓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하고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난 1일 시행된 반간첩법에 대해서도 옐런 장관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새 반간첩법은 기존 간첩 행위조항에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 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 취득 매수 불법 제공'을 추가했다.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중국 당국이 규정할 수 있는 정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해 기존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도 간첩 행위로 몰릴 수 있는 만큼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반간첩법 시행을 앞두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반간첩법은 외국 기업, 언론인, 학자에게 법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이같이 우려스러운 법 개정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측은 옐런 장관에게 디리스킹은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중 압박 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도입한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가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폐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장관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해외자본수지 통계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8689억달러로 전월 대비 4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작년 3월(1조 132억달러)과 비교하면 1년 여 만에 14.3%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해 4월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달러 밑으로 내려온 이후 13개월 연속 1조달러 미만에 머물고 있다.
경제학자인 톈윈 전 베이징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 국채 인수를 줄이면 미국의 재정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옐런 장관은 중국 당국자들에게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미 중 양국 경제수장들은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두 경제 대국의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채 탕감을 적극 시행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것 역시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옐런 장관 방중 소식에 3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24위안까지 반등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새 5% 급락했다. 지난주에는 달러당 7.27위안 선까지 후퇴하며 6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만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 역시 블링컨 장관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도 이번 옐런 장관의 첫 방중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가 상당 부분 경색된 만큼 이번 방중 일정만으로 큰 전환점을 가져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한 세미나장. 삼성증권이 마련한 인공지능(AI) 설명회에 큰손들이 모였다. 행사장을 찾은 300여 명이 보유한 1인 평균 금융자산은 300억원. 대략 '1조원'의 슈퍼리치 자금이 챗GPT AI가 가져올 미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열공'에 나선 것이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인류 역사상 기계와 대화하는 첫 세대다. 수많은 서비스가 생기고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AI 전문가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수백억 원을 투자중인 50대 슈퍼리치는 "AI와 관련된 우량물 투자 기회가 있다면 장기적으로 묻어둘 생각"이라며 "사모투자 같은 프라이빗 딜에도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슈퍼리치 자산이 최근 몇 년 새 수백조 원에 달할 만큼 덩치가 커지면서 상장 주식 채권 투자를 넘어 글로벌 비상장 미래 기업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투자처에 슈퍼리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원화와 달러화 자산 위주 투자 배분도 엔화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AI테마와 결합해 미국의 경우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설계 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닛케이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지형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AI, 반도체, 2차전지는 물론 우주 개발, 에너지 전환과 같은 글로벌 대변혁을 주도할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승자가 될만한 싹이 보이는 곳에 장기 투자하면 결국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최대 관심사는 AI다. AI에 일찍 눈을 뜬 슈퍼리치 중에는 AI 시대 총아로 떠오른 엔비디아 주식을 9달러 대에 머물 때 사들인 사례도 있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400달러를 크게 웃돈다. 만기 15년 이상인 한국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슈퍼리치는 "요즘엔 성장성 있는 AI 투자처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슈퍼리치들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펀드와 신탁 투자를 부동산, 예금, 주식 다음으로 유망한 투자 자산으로 선정했다. 프라이빗 딜 참여를 통한 비상장 주식 선취매에 대한 수요가 높은 셈이다.
최근 KT 자회사 KT클라우드 관련 펀딩에 고액 자산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이번 딜에 삼성증권 슈퍼리치 자금이 대거 참여했다. 총 6000억원 규모를 모집한 가운데 삼성증권 리테일에서 533억원이 유입됐다. 1인 최대 가입 규모는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해 오버 부킹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딜이었다"며 "특히 큰손들이 기관 유동성공급자(LP) 수준으로 자금을 댔다"고 전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조 단위 자금유치를 진행 중인 2차전지 대기업 SK온에도 슈퍼리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펀드를 조성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소 투자액은 10억원 이상으로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이미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주식을 사는 것보다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상장 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크고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보유와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라며 "큰손들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자금은 기관과 비슷한 투자 패턴을 쫒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전자 치료, 우주 개발처럼 '꿈'을 좇는 초장기 투자처에도 서슴없이 자금을 댄다. 미래에셋그룹이 올해 상반기 조성한 사모펀드에는 슈퍼리치 수십 명이 참여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얼마 전 화성 탐사 우주서 스타십을 쏴올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꿈처럼 보이지만 결국 머스크를 믿고 투자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 투자한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알데브론 등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이 조성한 펀드에도 매년 수십억 원의 큰손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일반 리테일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슈퍼리치 비상장 미래 기업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운용사와 증권사 자산관리(WM) 서비스 전담 조직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투자처가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딜 파트너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관련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구성돼 발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네트워킹이 좋고 상품 이해도가 빠른 조직이 딜을 따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12년 만에 재개된다. 최고 50층 높이의 층수 규제를 출고 한강과 직접 연결되는 보행 데크와 공원을 품은 수변 친화 주거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갤러리아포레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트리마제를 비롯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다양한 전시 공연장, 카페가 어우러져 서울에서도 힙한 지역으로 떠오르는 성수동 일대가 다시 한번 변신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성수동은 과거 구로 영등포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대였다. 하지만 계속 노후화되고 있어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다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사업은 이후에도 순항해 2011년 최고 50층 높이로 건물을 짓는 개발안이 결정고시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시정을 잡으면서 사업 진행은 큰 암초를 만난다. 구역 내 4개 지구에서 정비사업을 동시에 시행해야 조성할 수 있는 대규모 기반시설이 많았던 데다 지역 내 이해관계, 정책 제도 변경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서울시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통해 지역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최근 바뀐 정책 제도를 반영해 4개 지구가 각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안은 2011년 만들어진 원래 정비계획 이상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했다. 우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될 것을 가정해 기존에 최고 50층 이하(높이 150m)였던 층수 규제를 풀었다. 서울시와 성수전략정비구역 조합 등에 따르면 이번 계획안에서는 최고 높이 300m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전략정비구역 한 조합 관계자는 "기존 50층보다 최고층을 높인 사업계획을 두고 조합원들과 의견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예전 정비계획보다 땅면적은 5만㎡ 늘리고, 가구 수도 9% 이상 늘렸다.
강변북로로 가로막혀 있었던 대지여건을 개선해 한강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점도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지 안에 입체 데크를 조성하고, 단지를 중앙집중형으로 배치해 개방감과 한강 조망 가구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했다.
단지 내부에 입체데크를 조성하면 건축법에 따라 데크 면적이 건폐율 용적률에 포함돼 개발 가능 공간이 크게 제한되지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건폐율 용적률에서 데크, 하부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을 제외할 수 있어 사업성이 올라간다.
서울시는 '성수역~한강 연결축'에 상업 업무 여가 기능을 구축하고, '서울숲~한강~뚝섬 연계축'에 선형공원과 수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기존 시가지 연계축인 뚝섬로변으로는 주요 공공서비스 기능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강 수변공원은 강변북로보다 높게 입체적으로 조성하고 단지와 연결된 새로운 석양 명소로 만들어낸다는 구상이다. 성수동 일대 재개발계획의 밑그림이 나오면서 개발업계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또 다른 핵심 개발 계획인 강변북로 지하화가 가능할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으로 나타난 엔저(엔화가치 약세)로 엔화 구매력이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최저로 내려갔다. 이 같은 현상은 식품 등 수입품 가격을 높여 가계에 부담이 되지만 방일 외국인 소비나 일본 수출기업 실적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초 달러당 127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지난 23일 7개월여 만에 최저치인 143엔대로 내려갔고 지난해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달러 매도-엔화매입' 등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 기록한 145엔대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6.2(2020=100)로 전달보다 2%가량 하락했다. 일본은행 추산으로 이같은 수치는 일본이 변동환율제를 이행한 1973년 이후 가장 낮다. 실질실효환율은 여러 통화에 대한 종합적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작년 초 달러당 115엔이던 엔화 가치는 작년 10월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엔대까지 내려갔다. 올 초에는 127엔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지난 3월께 본격 내림세를 보이며 2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43.87엔으로 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일본 언론에서는 달러당 145엔대가 가시권에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말 달러 대비 엔화값 전망치를 140엔에서 145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연내 147엔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저가 지속되는 원인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와 이에 따른 미일 간 금리 차이 등이다. 작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리는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10여 년간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며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해오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퇴임하고 지난 4월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새로 취임했지만 그 역시 금융완화 지속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주 커먼웰스은행(CBA)의 크리스티나 클리프턴 이코노미스는 "일본과 주요국 중앙은행간 극명한 대조는 엔화값이 더 내려갈 것임을 시사한다"며 "엔화 약세는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저는 수입 식품 가격 상승 등을 통해 가계와 수입 기업 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국 슈퍼마켓 판매 정보를 종합한 결과 유럽산 치즈 중 팔리는 제품 가격이 1년 새 11%, 건조 파스타는 23% 올랐다. 유럽산 와인을 취급하는 일본 와인전문점에 따르면 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와인 1병당 가격도 15~20% 상승했다. 식품 외에 고급 공산품도 가격 인상폭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스위스산 고급 시계 '오메가'의 인기 모델 중에는 매장 가격이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오른 제품도 있다. 이 같은 유럽산 수입 제품 가격 상승에는 환율로 인한 엔화 구매력 저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전년 동기 대비)로 전달보다 오름폭이 0.2%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엔저는 일본 수출기업실적과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다이와증권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내려가면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이 0.4%가량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올해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89만8900명으로 1년 전의 12.9배로 늘었다. 지난 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유 자원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엔저의 긍정적 효과보다 물가 상승 등으로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나쁜 엔저'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일본 금융분석기관 토탄리서치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 선진국 중 일본은 지난 10년간 실질실효환율 하락률이 가장 큰 데 반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뒤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비해 원유 자원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며 나쁜 엔저 지적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해 9~10월 엔저가 심화되자 약 9조엔을 투입해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작년처럼 145엔대에서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이와증권 관계자는 "달러당 150엔을 넘을 때까지 시장 개입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이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주요 운용사들은 인공지능(QI), 정보기술(IT), 반도체, 2차전지 테마가 향후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운용사 가운데 절반은 인도 시장 급부상을 예상하며 관련 ETF가 차별화 된 수익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매일경제가 삼성, 미래, KB, 한투, 키움, 한화, NH, 신한자산운용 등 ETF 순자산 규모(AUM)만 1조원이 넘는 운용사 8곳을 대상으로 유망업종을 조사한 결과 AI, 우주항공, IT, 반도체, 2차전지 등이 향후 시장을 선도할 핵심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AI상용화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IT섹터가 장기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반도체 대표 기업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준 미래에셋 전략ETF운용본부장은 "향후 ETF 성장의 양대 축은 2차전지와 반도체가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산업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한국의 2차전지와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도 "AI를 비롯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전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반도체 ETF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방위산업, 조선해운, K팝, 바이오테크 등 유망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형 ETF가 차별화 된 성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방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항공우주와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은 정부의 중점 육성 과정과 연계돼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 마케팅본부장 역시 "장기적으로 친환경 선박이나 항공우주, 전기차 드론 같은 차세대 이동수단과 관련된 테마가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망 투자 지역으로는 미국과 인도를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는 바탕으로 경제위기와 침체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국가"라며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AI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이 가장 우수한 기술력과 높은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가 급부상할 대표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꼽은 이들도 절반에 이르렀다. 인도는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을 대체할 차세대 생산기지로도 주목받는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인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힘입어 전 세계 자금이 인도증시로 유입되면서 투자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전 세계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인도 경제가 추가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망 투자 지역으로 꼽은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내수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산층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지난 15년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서장한 유일한 동남아 국가이며 금융시장 역시 이에 발맞춰 확대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경기소비재 통신주 등을 담은 배당주 ETF를 장기 투자자산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사 ETF 가운데 경쟁력 있는 상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배당주 ETF만이 유일하게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연금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적립식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ETF 시장에서 기회 요인이라고 답했다. 반면 운용사 간 보수 경쟁 심화, 개인투자자 이탈 가능성, 레버리지, 인버스 위주 투자는 잠재적으로 ETF 시장에 위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주식형 ETF 규모가 34조원으로 가장 컸고 해외 주식형(20조원), 국내액티브(19조원), 레버리지 인버스(7조원) 순이었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개인들의 직접투자 활성화와 투자 자산 다변화는 ETF 시장의 기회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금리 기조 속에 금리형 채권형 ETF로 투자금이 몰리는 양상이지만 채권형 ETF가 유망할 것이라고 답한 운용사는 1곳에 불과했다.
올해 코로나 엔데믹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글로벌 신발주 의류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의류 브랜드에 수출하는 위탁생산 업체를 중심으로 상승했지만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의류주는 약세를 보였다.
20일 일본 증시에서 아식스는 올 초대비 50.24% 오르며 글로벌 의류주 중에서 높은 주가 상승을 보였다. 올해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점을 찍는 등 강세장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대표적 스포츠웨어 업체인 아식스도 실적 개선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식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한 1523억엔으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아식스는 탄탄한 일본 내수 시장에 더해 최근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한정판 마케팅 등으로 국내에서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 덕에 국내 일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만 보더라도 개별 종목으로는 소니그룹에 이어 일학개미 순매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도 올해 37.91% 상승했다.
유럽 지역의 의류 브랜드도 강세를 보였다. 독일 증시에 상장된 아디다스가 올해 35.07% 상승했고, 스페인 증시에선 인디텍스가 36.42% 올랐다.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주가가 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분기 매출액은 76억10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11억 7000만유로로 54% 성장했다. 런던 파리 등 대도시 매장을 늘리고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과감하게 문을 닫는 전력으로 수익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인디텍스는 2025년까지 미국 주요 도시에 약 30개 매장을 새로 열거나 보수하겠다고 밝혀 전 세계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편 아디다스는 지난해 말 미국의 유명 힙합가수 '예(칸예 웨스트)'의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예와의 협업 브랜드인 '이지' 재고 처리와 관련된 손실로 올해 31년 만에 연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1월 경쟁사인 푸마에서 비에른 휠던 최고경영자를 영입하면서 이에 따른 기대감에 주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선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신발 브랜드 스케쳐스(23.43%)와 운동복 제조 업체 룰루레몬(19.55%)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특히 룰루레몬은 중국에서 매출이 79% 급증하며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메건 프랭크 룰루레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항공 화물 감소와 함께 중국 판매 추세의 의미 있는 가속화는 예상보다 나은 재무 성과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신발 의류주는 대표적인 경기소비재로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재고 과잉 문제에 시달렸으나 최근 경기 개선 기대감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의류 소매재고는 2022년 8월 전년 동월 대비 31% 늘었지만 점차 재고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 4월 기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의류 업체들은 2021년 보복소비, 2022년 리오프닝이라는 호재가 이어지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칠, 딜리버리 기간 증가, 인플레이션으로 재고 과잉 문제에 시달렸다"면서 "최근 들어선 글로벌 의류사들이 전년 동월 대비 재고자산이 증가폭을 줄여 나가거나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의류주는 해외 주요 브랜드의 실적 호조로 수혜를 받는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OEM 업체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올해 19.91%, 21.82%씩 상승했다. 영원무역은 룰루레몬과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한세실업은 갭 자라 나이키 등에 의류를 납품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다소 해소되고 글로벌 주요 소매 기업들의 재고 축소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의류 OEM 업황은 예상대로 2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은 저평가 매력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매출 비중이 큰 OEM 업체와 달리 중국 시장에 많이 노출된 브랜드는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휠라홀딩스는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 초 대비 15.49% 상승하는데 그쳤다. MLB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F&F(-6.78%)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소비 개선으로 국내 의류주 주가의 반등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상반기에 리오프닝됐지만, 재화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며 "의류판매 성수기가 시작되는 하반기를 대비해 현시점에서 의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휠라의 브랜드력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중국 618 쇼핑시즌에 글로벌 1위 브랜드인 나이키와 판매 실적이 유사했다"면서 휠라홀딩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1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