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가 이슈가 될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소리다. 2023년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49만5193명. 대한민국 상위 1% 수준의 부동산 보유자가 내는 세금이니, 그 세금 나도 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훨씬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종부세를 내고 있다. 종부세를 납부하고 싶다는 사람 중에 이미 종부세를 낸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어떻세 된 걸까.
아이스크림에 세금을 매기면?
일찌감치 시작된 폭염에 아이스크림 판매가 늘어났을 것이다. 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스크림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치자.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소비자보다 아이스크림을 팔아 돈을 번 기업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아이스크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은 2000원이고, 정부는 기업이 아이스크림 한 개를 판매할 때마다 세금 5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제 아이스크림의 공급 곡선은 위쪽으로 500원만큼 이동한다. 즉 아이스크림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었으니 가격은 오른다. 세금 부과 후 아이스크림의 새로운 균형가격은 2300원이 됐다. 여기서 5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제 기업이 아이스크림 한 개를 팔아서 버는 돈은 1800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이스크림 한 개에 500원을 세금으로 냈는데 기업이 버는 돈은 200원밖에 줄지 않았다. 그럼 나머지 300원은? 이 300원은 소비자가 부담했다. 2000원이던 아이스크림 가격이 세금 부과 후 2300원으로 올랐으니 소비자도 세금으로 300원을 낸 셈이다. 정부가 기업에 매긴 세금 500원 중 200원만 기업이 내고 300원은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이렇게 세금이 시장 참여자에게 배분되는 현상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월세 사는데 종부세를?
부동산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종부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면 겉으로 볼 땐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만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는 임대주택시장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세금을 늘리면 임대주택 공급 감소 →전월세 가격 상승 경로를 통해 보유세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상위 1% 부자에게 부과한 세금을 부자가 아닌 사람까지 분담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 결과가 많다. 파이터치연구원은 200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2개국의 주택 보유세와 월세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주택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월세가 0.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를 100만원 더 부과하면 월세가 연간 6만원 오른다는 얘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2년 10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0%포인트 오르면 전세 가격이 1~1.3%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늘어난 세 부담의 일부다 전세 세입자에게로 옮겨 간다는 의미다.
부자들이 집을 더 산 이유
종부세는 집값을 잡는 데도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교수는 2021년 '한국 주택 정책의 장기 효과' 논문에서 종부세 강화 등 수요 억제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린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요약하면 수요 억제 정책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요 감소가 공급 감소를 낳고 공급감소 폭이 수요 감소 폭을 초과해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사람이 저축을 확대하면서 실질 이자율이 내려갔고 실질 이자율이 하락하자 부자들이 저축 대신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고 두 교수는 분석했다. 부자들의 주택 소유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돌고 돌아 이들의 주택 구매를 부추기는 정반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종부세법 1조엔 이렇게 나와 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 도입 20년을 맞은 종부세는 집주인의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집값을 잡지도 못한 채 '나도 내고 싶다'는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관세는 기본적으로 무역 적자를 없애지 못한다"고 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세는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역의 승자와 패자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선 무역의 효과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무역을 전혀 안 하다가 어느 날 소고기 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자. 만약 한국산 소고기가 다른 나라 소고기보다 싸다면 한국은 소고기 수출국이 될 것이다. 우리 농민들이 외국에 소고기를 팔아 외화를 벌어오니 좋은 일이다.
한국산 소고기가 다른 나라 소고기보다 비싸다면 한국은 소고기 수입국이 될 것 이다. 수입국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한국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림1>과 <그림2>를 비교해 보면 수입국이 되더라도 나라 전체의 경제적 후생이 늘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장을 개방해 국내 소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합친 총잉여가 <그림2>의 삼각형 D만큼 증가한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역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렴한 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농가는 손해를 본다. 무역은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만 누군가는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다시 <그림2>를 보면 소비자 잉여는 B와 D만큼 늘어났지만 생산자 잉여는 B만큼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세는 누구에게 이득일까
몇 년 후 소고기 수입이 급증했다. 그러자 정부가 외국산 소고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가하기로 했다. 수입 소고기는 비싸질 것이고 그만큼 소고기 수입이 줄어들 테니 한우 농가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수입 소고기를 전보다 비싸게 사 먹어야 한다.
생산자에겐 이득이고, 소비자에겐 손해라면 나라 전체로는 어떨까.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으로 인해 줄었던 새산자 잉여가 일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관세 수입도 생긴다. 이를 정부 잉여라고도 한다. 반면 소비자 잉여는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생산자 잉여와 정부 잉여를 합친 것보다 소비자 잉여 감소가 크게 나타난다. 관세가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는 효과보다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더 큰 것이다.
다만 관세의 영향은 그 나라의 경제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의 무역 정책은 국제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경우 관세는 그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감소시킨다.
한 나라의 수요가 국제 가격을 움직일 만큼 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나라가 특정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이 줄어들면 국제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 가격이 변동하면서 그 나라 경제의 총잉여가 전보다 커질 수도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면 관세 부과가 반드시 손해는 아닌 셈이다.
보호무역 정책이 보호하는 것
관세가 경제 전체의 후생을 줄인다는 점을 알면서도 많은 나라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수입 물량 제한, 검역 강화 등 비관세 장벽도 쌓는다. 보호무역 조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대표적인 것이 실업 방지와 유치산업 보호다. 외국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와 국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막고 발전 초기 단계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할 때까지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유치산업 보호론은 자칫 특정 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구하는 논리로 남용될 위험이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이나 수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보를 위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효율성을 포기한 대가는 피할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했다. 시장이 기대해온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일 한 강연에서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저희가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6개월째 같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1년간 완화했지만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율이 2% 수준으로 내려온다는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 목표 범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조기 금리 인하론을 경계했다. 그는 “FOMC 위원들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정도의 확신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Fed, 금리 4회 연속 동결…FOMC서 '3월 인하' 선그어 "상품중심 인플레는 서서히 약화…서비스 등서도 둔화기조 보여야"
미국 중앙은행(Fed)이 31일(현지시간)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게 됐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5월 이후 인하론이 급부상했다.
○금리 동결하면서 결정문 대폭 수정
Fed는 이날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하면서 정책 결정문 내용을 대거 바꿨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문에선 “경제활동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엔 “경제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수정했다. 그러면서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리스크가 좀 더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경제 여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 목표 범위를 하향 조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한 ‘강한 확신’(greater confidence)이라는 표현을 쓴 점에 주목했다. 동시에 긴축 편향적 표현으로 꼽혀온 ‘어떤 추가 긴축’(any additional policy firming)이라는 문구를 없앴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씨티는 “Fed가 결정문에서 추가 긴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한 강한 확신이라는 문구를 넣어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5월 이후 금리 인하로 기우는 시장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3% 이하로 내려가고 상품을 중심으로 확실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품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가 보여야 하며 인플레가 목표치인 2%를 한 번 찍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2%를 유지하는지에 대한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인플레 낙관론을 경계했다.
통화정책도 균형을 맞춰갈 뜻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대부분의 FOMC 위원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점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확신이 생기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목금리는 가만히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떨어져 실질금리가 올라간다고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다”며 “광범위한 금융 여건 등을 좀 더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회의로 판단해 보면 위원들이 오는 3월을 금리 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로 확신이 든 것 같지 않다”며 “3월이 기본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연착륙’에 대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물가상승률이 재급등할 리스크보다 인플레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에서 고착될 리스크가 더 크다”고 예상했다.
시장은 주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했고 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40%대에서 30%대로 떨어졌다. 대신 5월에 금리를 내릴 확률은 하루 만에 80%대에서 90%대로 올랐다.
다만 지난해까지 열기가 지속된 고용시장이 냉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4000건으로 전주(21만5000건)보다 9000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21만3000건에 비해 1만1000건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둘째주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주 연속 늘었다.
[키워드]
파월, Fed, 금리인하, 3월 아니고 5월 예상
[요약]
Fed 의장 제롬 파월이 금리를 연 5.25~5.50%를 유지하며 3월 금리인하를 일축했다.
지난 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덕분에 비교적 올해 상황이 완화되었지만 Fed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생각하며 인플레이션율이 2%대로 안착하지 않는 이상 금리를 내릴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시점이 3월에서 5월로 자연스럽게 지연됐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통화정책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기는 인플레이션 추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파월 의장의 발표가 있던 날 뉴욕증시는 하락했고 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약 10%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대신 5월에 금리를 내릴 확률은 약 10%포인트 증가하였다.
다만 지난해 호조를 보이던 고용시장에서 올해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주 연속으로 늘어나면서 고용시장 냉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는 5월 금리인하에 미칠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거래를 금지한 금융당국의 방침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까지 수습에 나선 것은 그만큼 증권업계와 투자자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반시장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거래 금지'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법 개정 필요성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 상황 파악 분주했던 대통령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대통령실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호출해 관련 긴급 현안 보고를 받았다. 사전에 약속된 현안 보고 형식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은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당장은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영향을 고려해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이번 논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윤석열 정부 기조가 삐걱대는 사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허용한 투자를 한국에서 가로막은 것은 금융 선진국 지향과는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업계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의 선진화와 국제화, 경쟁력 강화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상자산시장만큼은 규제 걱정이 없도록 네거티브 규제(사후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비중이 높은 '서학개미'와 가사자산 투자자의 반발이 커지는 것도 고심거리라는 후문이다.
정통 경제부처 관료들은 가상자산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교수 시절 "가상자산은 그 자체가 공식적인 화폐로서의 지위와 가치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산으로서의 성격은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 폭넓은 검토 나선다지만...
대통령실까지 관심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법적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2021년부터 중개해 온 캐나다 독일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단했다.
논란이 커진 이튿날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 금지가 아니라 보류"라며 "처리 방안을 추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사이 입장이 누그러졌다. 14일 발표된 금융위의 추가 입장문에는 "(현물 ETF 승인은) 금융시장 안정성, 금융회사 건전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불과 사흘 만에 '위법 → 보류 → 면밀히 검토'로 입장이 바뀌었다.
섣불리 국내 거래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발행 유통 등을 다룬 2단계 가상자산법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와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여부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증권사가 거래를 중단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규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금융당국의 미흡한 대비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지 2년이 넘었고 현물 ETF 승인도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며 "당국이 미리 충분한 검토를 할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은 "가상자산을 사기로 보던 금융당국의 시각이 그동안 진전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된 것은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비트코인이 공식적인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길이 열리면서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6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이 올해 1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 SEC "금 ETF 감독 경험 반영"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10일 블랙록 등 11개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의 상장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SEC가 2004년부터 비증권성 원자재 현물 ETP를 감독한 경험이 비트코인 ETP 거래를 감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SEC가 2004년 금 현물 ETF를 승인한 전례를 언급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다"는 경고를 덧붙였지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에 준하는투자 자산에 등극했다는 데 의미를 더 크게 부여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국내에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6500만원을 넘어섰다.
블랙록, 아크21셰어스 등 이번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징하는 자산운용사는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 초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블랙록은 0.30%, 아크21셰어스 반에크는 0.25%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인베스코갤럭시(0.59%)와 비트와이즈(0.24%) 등은 '첫 6개월 동안 무료'를 내걸기도 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 수수료가 0.5~1%라는 점에서 이들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자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제2의 튤립 → 글로벌 10대 자산으로
투자자는 보다 안전하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탄생 초기에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투기 광풍이 불었던 튤립에 비교됐다. 워런 버핏은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변동성이 크고 24시간 거래되는 탓에 보편적인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도 어려웠다.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기관과 법인은 비트코인 직접 투자 시 회계 처리와 내부의 법적 문제 등을 고려해야 했다. 미국에서 2021년 승인된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선물 만기 연장(롤오버) 등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률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트코인은 그러나 15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10대 자산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9153억달러에 달한다. 테슬라(7437억달러) 시총도 넘어섰다. 주식이 아닌 자산으로는 금(13조6390억달러)과 은(1조2980억달러) 다음이다.
- 엇갈리는 가격 전망
시장에서는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크립토 스프링' (암호화폐 투자 활황기)을 기대하고 있다. 금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1000억달러(약 131조원) 이상의 자금이 금시장에 흘러들어왔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에만 500억 → 1000억달러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10만달러(약1억원)까지 오를수 있다"고 전망했다.
- 비트코인ETF 상장도, 투자도 모두 다 막힌 한국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상장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팔 수 없을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이를 중개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하면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법상 ETF는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해야 한다. 예컨대 'KODEX 200' ETF는 코스피200 주식(기초자산)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식이다.
자본시장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기타 등을 인정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기초자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원회 해석이다. 즉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를 상장하는 것은 국내에서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ETF의 상장뿐 아니라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금융투자상품 중개만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비트코인 ETF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며 "이를 중개하는 것은 증권사 라이선스 범위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트코인 ETF 상장과 거래가 가능해지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거나 금융위의 유권 해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유위는 가상자산 투자의 제도권 편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이란 기능을 갖고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며 "가상자산 시장으로 돈이 빠져나가면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이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향후 2~3년 안에 가상자산 투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블랙록, 아크인베스트 등 11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받으면서 상장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 11개 ETF는 당장 11일 이후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미국 비트코인 ETF 거래 금지' 방침을 내리면서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해외에 상장된 ETF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ETF 거래를 금지하는 전산 작업에 들어갔다.
키움증권은 이날 미국 비트코인 선물 ETF를 출시한다고 공지했다가 삭제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가능 여부를 두고 증권사들 사이에서 혼란이 이는 모양새다.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지금까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의 업체와 무역거래를 할 때 수출입대금을 항상 달러로 지급해왔다. 해당 업체가 소재한 국가의 은행이 미국을 거쳐 국내 주계약 은행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원화로 환전한 수출대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A사는 은행에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변동 리스크에 시달려야만 했다.
올 하반기부터 일부 아세안 국가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무역거래 시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수출입 대금 원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 31년 간 유지한 외환 규제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외국환 거래규정은 외국에 있는 개인 법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 금융회사에 예치한 원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무분별한 원화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둔 것이다.
물론 예외 규정이 있다. 비거주자는 국내 금융회사에 자유원계정(Free-Won Account)을 개설하면 예치한 원화를 자유롭게 외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우너화 국제화를 위한 첫 단계로 원화에 대외 결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1993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외국 법인 등 비거주자가 이 자유원계정을 통해 국내 기업에 원화로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지 31년이 지났지만 자유원계정을 통한 무역거래는 유명무실했다. 정부는 자유원계정을 도입하긴 했지만 외국환 거래규정을 통해 일부 허용한 거래 외에는 원화 이체 및 처분을 금지해왔다. 2010년 미국의 대이란 봉쇄에 따라 이란과의 거래 과정에 자유원계정이 활용됐을 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원화를 대량 보유하고, 이를 해외로 송금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작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화 결제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엔 중국 상하이 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다. 이는 양국 기업들이 필요할 때 원화 및 위안화를 조달하기 위해 만든 시장으로, 수출입대금 결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국내 기업의 수출대금 중 달러화 결제 비중은 81.1%에 달한다. 원화는 2.8%다. 이는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한 것이 아니라 계약서상 명시된 통화 비중으로 무역거래 과정애서 원화 거래는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 원화 국제화 첫발 디뎌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거시경제 지표가 탄탄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4201억5000만달라러로 실탄을 넉넉히 갖춘 상황에서 국내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원화 결제 시스템 도입도 국내 기업들의 거래비용 절감과 함께 원화 국제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디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올해부터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회사가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오는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한 것도 국내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원화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비기축통화국인 아세안 국가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은 원화 결제 수요가 사실상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국내 B사가 아세안 기업인 C사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C사는 아세안 은행에 현지화를 원화로 환전해 송금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송금 요청을 받은 국내 민간은행은 B사에 우너화로 수출대금을 지급한다. 한국과 아세안 민간은행은 원화와 현지화 간 직거래를 중개한다. 달러로 환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줄이고 거래 과정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도 축소할 수 있다.
새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금리 하락기에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서다.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최근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민을 키운다. 다음달부터는 대출 한도를 금리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한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도입되면서 고정 변동형 주담대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한층 복잡해졌다.
고정형은 금리 급락... 변동형은 상승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금리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최근 2개월 사이 1.0~1.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작년 10월 30일만 해도 연 4.39~5.79%로 책정됐는데 이달 5일엔 3.28~4.68%로 1.11%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고정금리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5.08%에서 연 3.43%로 1.65%포인트 낮췄고, 농협은행은 연 4.52%에서 연 3.36%로 1.16%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연 4.425% → 3.665%)과 우리은행(연4.59% → 3.62%)도 고정금리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1%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반면 주요 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개월 동안 상승했다. 국민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31일 연 4.58~5.98%에서 이달 5일 연 4.74~6.14%로 0.1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연 4.69~5.89%에서 연 4.91~6.11%로 0.22%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이 기간 연 4.55%에서 연 4.52%로 0.03%포인트 내렸지만 고정금리형에 비해 하락폭이 미미했다. 하나은행(연 5.283% → 5.08%)과 신한은행(연 4.61% → 4.16%)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최저금리 인하폭이 고정금리형보다 작았다.
코픽스 금리 시장 반영 늦어
고정금리형 주담대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은행들이 두 유형의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 국내 은행채 금리에 연동된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낮아지는데, 최근 2개월 동안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AAA 무보증)의 평균 금리는 작년 10월 26일 연 4.81%에서 지난달 26일 연 3.771%로 2개월 사이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에 비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다. 매달 15일 발표되는 코픽스는 8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한국씨티 SC제일)이 전달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다. 당월 코픽스가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기간과 은행의 실제 조달비용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달 15일까지 변동금리 주담대에 적용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15일 발표된 작년 11월 코픽스다. 작년 11월 코픽스는 예적금 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 조달 비용 증가로 연중 최고치인 4.0%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작년 10월(3.97%)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이유다.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도
5년 동안 금리가 묶이는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6개월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오르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빠르고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당장은 변동금리형 주담대가 이자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적 기조를 유지한다면 고정금리형을 선택하는 게 낫다.
다음달 26일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개인의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는 고정금리형보다 변동금리형의 대출 한도를 더 크게 제한한다. 올해는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선택할 경우 대출 한도가 이전보다 3~6% 줄어들고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4~9% 축소된다. 내년 이후 주담대 한도는 고정형을 선택하면 10%, 변동형은 16%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더라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고정금리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미국만큼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기 어려운 만큼 고정금리형이 유리할 것"이라며 "현재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은 상태라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따져보고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6만 8789달러를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반감기 등 잇따른 호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 글로벌 투자자산으로 거듭날까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한 해 동안 3배 가량 폭등했다. 작년 1월 2100만원대에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은 6000만원을 돌파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185.7% 폭등했다.
올해도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증시 데뷔는 가격 상승을 불러올 뿐 아니라 비트코인이 중요한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피델리티, 그레이스 케일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내놓을 준비를 끝마쳤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이후 구조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4만달러대인 비트코인 가격은 2030년 6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2025년 중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현재 대비 4배 이상 커진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유럽 디지털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첫 12개월 동안 비트코인 가격인 14만 10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6만 8789달러를 두 배 웃도는 수치다.
- 미, 긴축 종료도 예정
미국의 피벗이 예정된 것도 비트코인 가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열린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예상하는 점도표를 통해 긴축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수준은 현재 연 5.5%에서 올해 말 연 4.6%로 내려갈 전망이다. 올해만 세 차례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 이유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긴 너무 이르지만 긴축으로 인해 우려하던 인플레이션 상황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일지 고려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에는 Fed의 긴축 정책 종료 또는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감기 역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할 요인으로 꼽힌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수요가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반감기가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2012년 첫 반감기 이후 반년간 940% 폭등했다. 두 번째 반감기 2016년에 38%, 세 번째 반감기 2020년 이후 1년간 660% 급등했다. 블록체인 기술 회사인 블록스트림의 아담 백 CEO는 "비트코인이 2024년 반감기 전에 사상 최고치인 1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 단기 급락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시장의 잇따른 겹호재에도 단기적인 급락이나 조정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드 CEO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주요 가상자산 가격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투자자들이 '뉴스에 파는' 식의 매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우리는 이것이 매우 단기적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암포화폐 분석가인 벤저민 코언은 "비트코인이 2019년과 유사한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9년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한 달 전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이 1만3000달러에서 9200달러대로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금리 인하가 1월 시작될지 3월 시작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지만, Fed의 금리 인하 기조를 고려하면 2024년에도 비트코인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감기가 과거처럼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이제는 반감기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가격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감기보다는 거시 경제 상황과 자본 유동성 등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요약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코인 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된다면 코인의 가치 상승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각 전문가에 따르면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현재 4만 달러에서 2030년 60만 달러까지,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2025년 중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현재 대비 4배 이상 커진 3조 달러, 유럽 디지털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는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첫 12개월 동안 비트코인 가격인 14만 10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 시장에 대한 희망은 미국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4년부터 세 차례 금리인하를 예고한 연준과 비트코인 반감기가 겹치면서 자금시장에 유동성이 높아지고 코인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적어져 코인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미국의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주요 가상자산 가격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Fed의 금리 인하 조정과 함께 가상자산에도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반감기가 예전처럼 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미 반감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반감기보다는 거시경제 상황과 자본 유동성에 따라 코인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일제히 올해보다 하락하는 반면 한국은 물가가 안정되는 상황에서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기업 수출 등 거시경제 지표 위주로 개선되는 것이어서 내수 중심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올해보다 악화되는 경기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5대 민관 경제경영연구소 수장인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주현 산업연구원장,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연구실장을 대상으로 내년도 국내외 경제에 대해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1.4%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높은 2% 안팎까지 상스알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장들은 내년 성장률을 1.8~2.2%로 내다봤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 성장을 이끄는 열쇠는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7월 이후 1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주현 원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소비를 비롯한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반도체 경기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돼 2%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경제경영연구소 수장들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좀처럼 줄지 않은 민간부채와 중국 경기 부진이 내년 경제에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꼽으면서 관련 대책을 미리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내년 한국경제는 상반기까지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약화되는 '상고하저'가 예상됐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미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 경기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처럼 부채에 취약한 차주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곳도 늘어나며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이는 한국은행이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하방을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상반기에 미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고 한국이 뒤따라가는 양상이 예상된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민관 연구원장들과 비슷한 견해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밝혔다. 최 후보자는 "반도체 수출중심으로 회복세가 확대돼 올해보다 내년에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물가는 내년에 2%대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3월 비정부기구(NGO) 연구기관인 K정책플랫폼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원생 14명에게 소득대체율 30%와 40%를 두고 무엇을 선호하는지 물었는데요. 소득대체율이란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소득대체율 30% 안을 찬성한 청년이 처음엔 14명 중 9명이었는데 전문가 토론 이후 12명으로 되레 늘었습니다. 자기가 받는 액수가 줄어드는데도 말이죠. 청년층은 왜 소득대체율을 낮추자고 주장한 것일까요? 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은 "청년층은 자신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30~40년 후보다는 당장 내야 할 보험료에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정반대인 MZ세대 인식
정부는 현재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현행 보험료율을 최대 2배(9% > 12~18%)로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 역시 65세에서 66~68세로 늦추는 겁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현행 대비 높이겠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만일 개혁안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 고갈 시점(2055년)을 한참 뒤로 늦출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러면 현재 MZ세대가 은퇴할 2050~2060년에도 이들은 국민연금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 더 일해야 할 MZ세대 대다수는 앞서 말한 K정책플랫폼에서처럼 "차라리 소득대체율을 낮추자"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고령층의 고통 분담이 정부안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도리어 소득대체율을 45%, 50%로 늘리는 안도 검토했는데요. 최근에 아이를 가진 30대 대기업 직장인 최 모씨는 "국민연금요율을 높여도, 고갈 시점을 늦춘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우리 아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건 똑같지 않냐"며 "차라리 사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테니 국민연금을 덜 걷거나 아예 안 걷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층이 이같이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청년층에선 맞벌이가 흔합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74만2000원입니다. 375만원이라고 보고 소득대체율 40%를 적용하면 노후에 국민연금 월 150만원을 수령합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2019년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적정 노후생활비(월 268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죠.
반면 청년층은 소득대체율이 30%로 낮아져도 맞벌이기 때문에 실제 노부부가 수령하는 액수는 고령층보다 높아집니다. 월평균 임금 375만원에 30%의 소득대체율을 곱하면 한 사람당 수령액은 약 112만원이고, 2명이 이를 수령하면 약 224만원입니다. 여기에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등을 더하면 적정 노후생활비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죠.
소득대체율을 현행처럼 가져가거나 혹은 높일 필요가 맞벌이 MZ세대 직장인에게는 없는 겁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30대 김 모씨는 "국민연금에 내 돈을 떼이느니 차라리 연금저축계좌를 적립식으로 붓는 게 수익성이 좋아 보인다"며 소득대체율 인하에 찬성했습니다. 청년층의 요지를 살펴보면 국민연금 요율을 올리기보다는 차라리 소득대체율 인하를 통해 지출을 줄여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여론이 큰 겁니다.
전문가들도 소득대체율 인하 필요성 공감
전문가들도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에서 소득대체율 인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은 세대 간 자원 배분 문제"라며 "2028년까지 40%로 하향하기로 한 명목 소득대체율을 36%로 추가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학회는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올해 초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총 47명이 응답했는데요. 기여율 인상(요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근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 경제학자도 국민연금 개혁안이 필요한 주된 이유가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죠.
실제로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연금 개혁은 두 차례 진행됐습니다.
1998년 제 1차 연금 개혁의 주요 내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것입니다. 제1차 연금 개혁의 특징은 다른 이해집단보다 정부가 주도한 연금 개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국민연금이 1988년에 도입돼 1990년대 중반까지 제도의 가입자와 수급자 규모가 매우 작아 국민이 제도 개혁에 관심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2007년 제2차 연금 개혁이 실시됐는데 주요 내용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2.5%이고 앞으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질 예정이죠.
당장 시민단체에선 반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대비 3배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을 무시하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안 도니다는 주장인데요, 실제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현재 62만원에 불과해 적정 노후생활비를 크게 하회하고 있죠. 다만 다른 각도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낮은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을 덜 납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30년간 납입한 사람들의 평균 수령액은 157만2156원으로 평균 연금 수령액(62만원) 대비 높습니다.
예상연금 급여 총액을 납부예정 보험료 총액으로 나눈 수익비란 개념이 있습니다. 1940년대생은 수익비가 7배, 베이비부머 세대는 수익비가 4배에 달하죠.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62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월평균 15만원만 국민연금으로 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수익비는 고령화 사회가 지속되면서 점점 낮아지게 돼 있는데요. 최근 태어난 2020년생들의 수익비는 1배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납입액도 못 받는 사태가 발새할 수 있다는 것이죠. 최 교수는 "현재도 고령층은 낸 것 대비 훨씬 많이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며 "기초연금 등 대체 수단이 있는 만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더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통계의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령층 자산 70~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데, 부동산 같은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통계란 것이죠.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부동산 자산 상태 등을 포함해 다시 노인 빈곤율을 계산했더니 노인 빈곤율이 21%로 떨어졌습니다.
소득대체율 인하안도 검토해
지난 2차례 개혁안(1998년, 2007년) 모두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선 이 부분이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정부안 중 중간안처럼 국민연금 요율을 15%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근로자가 내야 할 4대 보험료(건강보험료도 법정 상한선인 8%까지 올린다는 가정)는 현행 9.39%(임금 대비)에서 12.9%로 올라갑니다.
월 400만원을 계약한 근로자는 현재 4대 보험료를 떼면 362만원(세전 임금)을 받아 갑니다. 4대 보험료가 위와 같이 올라갈 경우 세전임금은 362만원에서 348만원으로 줄어듭니다. 4대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실질 임금 하락효과는 4%에 달합니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355만8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5% 하락했죠.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이 그만큼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 과장은 "상반기 실질임금 하락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국민연금 요율을 높이는 안에만 집중하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것을 빼버린다면 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게 될 MZ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소득대체율 인하를 다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아일랜드는 우리 수준으로만 걷어
국민연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OECD국가들이 임금 대비 평균 18%를 걷어간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임금 대비 9%)이 적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임금 대비 18% 또는 그 이상 걷는 국가가 많습니다. 프랑스(27.8%), 독일(18.6%), 일본(18.3%) 등이 이에 해당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의 국민연금인 '노령유족연금 신탁기금(OASI: Trust funds for Old-age and Survivors Insurance)'은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임금의 5.3%를 걷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요율(근로자와 사업주 각각 4.5%)과 거의 비슷합니다.
유럽에서 그나마 성장하고 있는 아일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일랜드는 사회보험료로 걷는 총 비율이 임금 대비 15.1%이고, 근로자가 4.0%, 사업주가 11.05%를 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근로자가 9.39%, 사업주가 10.06%, 도합 19.99%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근로자에게선 우리나라 대비 절반만 걷는 셈입니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로 우리나라 대비 절반이죠. 사업주, 근로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게 아일랜드 시스템입니다.
올해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선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죠. 미국과유럽의 실질 국내총생산 격차가 2000년대 이후 커지고 있다는 점, 유럽이 고령화와 산업 경쟁력 도태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발생시킨 요인 중 하나가 연금입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게 유럽 모델로 간다면 가뜩이나 잠재성장률이 곧 0%까지 추락할 국내 경제에 꽤 큰 비용 부담이 될 것입니다.
재산세 감면 등 여러 정책 믹스해야
결국 중요한 건 현재 나가는 지출을 줄이는 겁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서 현재 받는 국민연금액을 줄이는 것입니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고령층도 똑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연금 실질 수령액은 줄지만 고령자 주거비 부담을 낮추면 어느 정도 타협안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는 고령자(55세 이상)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더 가격이 낮은 집으로 이사할 경우, 재산세를 기존 주택 매입가(캘리포니아는 주택 매입가가 보유세의 기준입니다)에 한해서만 내게끔 하는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2억원에 주택을 사서 10억원에 팔고 8억원짜리 집으로 이사하면 2억원분에 대해서만 재산세를 내는 것이죠. 우리는 제도가 같지 않아서 똑같이 시행할 순 없겠으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재산세에도 '고령자 공제'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1주택 고령자에 한해 재산세를 30% 감면하자는 안을 요청한 바 있죠.
이 밖에 빈집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근 140만가구에 달합니다. 주거지가 없는 노인이 빈집에 정착할 수 있게끔 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낮춰줘야 합니다.
기초연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동시에 여러 보완 대책을 마련해 노인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방안으로 정책을 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