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은 하마스의 잔혹한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보복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낳았고 세상을 무력하게 했다. 이스라엘은 '제 2의 독립전쟁'을 선포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는 공존과 평화가 없다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240여 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고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는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결을 둘러싼 첨예한 양극화는 온라인상의 여론전에서도 선명했다.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 1400여 명을 잔인하게 살해했을 당시 가짜 동영상과 사진이 SNS계정을 통해 퍼져나갔고 실제로 확인된 이미지가 등장한 후에도 허위 주장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쟁이 시작된 지 열흘째 되는 날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여론몰이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고 직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른 인도주의 참극이라는 성명을 언론에 배포했고 아랍어권 SNS는 이를 집중적으로 퍼뜨렸다. 여러 나라의 정보국과 언론사가 자체 정밀 분석에 들어간 사이 이미 편향으로 치우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확증해줄 사례만 골라 퍼 날랐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팩트 체크가 아니었다.
결국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안에서 오발된 로켓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에서 부채질하는 선동전은 오프라인 폭력으로도 이어져 양극화의 비극을 더 선명히 했다. 미국에서 여섯 살 팔레스타인계 어린이가 증오범죄로 칼에 찔려 사망했고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유대인 학교가 폭파 위협에 시달렸다. 유대계 프랑스 하원 의장은 참수 협박 편지를 받았고 튀르키예의 한 상점은 '유대인 출입 불가' 표지판을 내걸었다. 무슬림과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야만의 시대가 고개를 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할수록 사실에 철저히 기초한 객관적인 시각의 언론이 필요하다. 더불어 서구 언론을 주로 인용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아랍권 언론의 목소리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편향되지 않도록 양쪽 견해를 듣는 건 중요하다. 이스라엘 하마스 분쟁 관련 보도를 보면 서구 언론이 출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 기사는 시각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그런데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어느 지역의 언론이냐보다는 얼마나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하는 언론이냐가 아닐까.
비슷한 맥락에서 민주주의 시스템하의 언론은 실수로라도 허위 정보를 보도할 경우 사회의 호된 심판을 받고 평판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아랍권 언론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비극적 희생을 알리는 보도와 함께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 행위를 비판하고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가족의 고통에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분명 꽤 있겠지만 표현의 자유와언론의 독립적 지위가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대세가 아닌 견해를 밖으로 표현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알자지라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고 알자지라 아랍어 채널은 더 심하다. 진흙탕 여론전이 진행되는 때일수록 정파적 충성심 대신 팩트에 기반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민주언론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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