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수천명 모여 시위
지상전 고집하는 네타냐후
카타르 통한 협상길은 열어놔
구호품 반입 추가통로도 허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공습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이 수세에 몰렸다. 자국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하는가 하면,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수천명이 인질석방과 휴전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외교 수장도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6일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광장에 운집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인질을 구출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채 "휴전 없이는 억류돼 있는 인질 134명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영국 더타임스에 '지속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는 휴전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며 빠를수록 좋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17일 이스라엘을 찾아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가자지구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이스라엘,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을 찾는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작전 중 민간인 피해 완화를 위한 조치와 전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15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오인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들이 상의를 벗은 채 백기를 흔드는 등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 책임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그들은 구원에 손이 닿았으나 곧 재앙을 맞았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은 계속될 것이고 승리할 때까지 싸워야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면서 항전 의지를 다졌다.
16일에는 이스라엘 저격수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는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의 주장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총대주교청은 성명을 내고 "이날 정오 무렵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기독교 가정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교회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기독교인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두 달에 걸쳐 미국이 지원하는 레바논군을 헤즈볼라로 오인해 잇달아 공격하며 미국에서 항의를 받았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월 7일 이후 34차례 넘게 레바논군 진지를 공격해 최소 8명이 부상을 당하고 1명이 사망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 같은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민간인 희생이 급증한 데다 나라 안팎에서 공격 수위를 낮추라는 압박이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군사적,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일 네타냐후 총리 지시로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협상 중재역을 맡아온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7일간 휴전이 중단된 이래 이스라엘과 카타르 고위 당국자가 인질 협상 문제를 위해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렘 샬롬 통행로를 통한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도 처음 승인됐다. 이날 총리실은 지난 일시휴전 당시 합의한 하루 200대의 구호트럭 진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케렘 샬롬은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마을로, 전쟁 발발 전 가자지주로 진입하는 화물량의 60% 이상이 오가던 곳이다. 앞서 유엔은 라파 통행로로 반입할 수 있는 구호물자가 특히 적다며 다른 통행로를 열어달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의 해외 자산 정보를 입수한 뒤에도 수년간 제재와 동결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하마스가 군사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테러를 준비하는 데 사용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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