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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에너지에 대한 치명적 착각 5가지 >

1.기온상승 방어 가능할 것   2.화석연료 시대 끝나간다   3.한국은 기후변화 악당국   

4.한국의 전력 애로는 공급력   5.전력시장 개방만이 정답

 

 

기온 상승 방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

'2015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의 기온 상승은 1800년 초 산업화 이전 대비 최고 2.0도 상승으로 억제하고, 가급적 1.5도에서 막는 노력을 한다는 결의를 하였다. 치명적 착각의 시발이었다. 2015년 당시에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0.8도 오른 상태였고, 그 후에 0.4도 이상 더 올랐다니 남은 것도 별로 없다. 작년 말 이집트의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27)에서 격론 끝에 1.5도 방어 결의가 유지되었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 나라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1.5도 상승은 시간문제이고 심지어 환경단체에서는 금세기에 3.0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를 쏟고 있다. COP27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구는 복구 불가능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고, 향후 10년 내 거주 가능한 지구를 위한 싸움이 결론날 것이다"고 절규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책과 전략은 없었다. 올 1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될 COP28의 의장이 국영 석유공사 사장이라고 벌써 논란이 크다. 얼마 전에 인도에서 종료된 주요 20개국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어떤 결정적 합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탄소 배출 1위와 2위인 중국과 미국에선 역대 한 번도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개최된 적도 없다. 러시아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예 노골적으로 화석연료 감축에 부정적이다. 

 

그러는 사이 북미와 유럽 기온이 46도, 48도까지 올라가고, 점차 스웨덴의 소녀 툰베리가 울부짖었던 '거주 불능 지구'로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 듯하다. 기온 상승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던 선진국들이 이제는 대놓고 기후변화에 '적응(adaptation)'해야 한다고 말을 바꾼다. 

 

뜨거워진 기후에 의식주를 맞춰 살아야 하고, 홍수나 가뭄을 잘 다스리면서 뜨거운 세상에 가급적 야외 활동을 하지 말고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진작 기후적응체제로 들어갔어야 했다. 내년은 더 덥다고 한다. 

 

화석연료 시대가 끝나간다는 착각

사우디의 야마니 석유상은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석유의 시대도 결국 끝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이유는 신기술 신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 재앙의 주범이라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매장량이 바닥이 나서가 아니라 다른 청정 고효율 연료가 등장해서 그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암시한 것이다. 기후 재앙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석연료 퇴장의 필요성은 높아졌지만 빨리 퇴출당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원 보유국의 콧대는 더 높아졌고, 유럽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역설적으로 기후변화로 효율이 더 떨어지면서 석탄 발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형편이 되었고, 미국도 셰일가스 개발에 들어간 투자비는 뽑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석탄 발전에서 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천연가스로 수소를 생산하게 되면서 화석연료의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2050년에 탄소 배출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한 주요 국가들도 화석연료, 특히 석탄 발전을 영구 중단할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지난해 전체의 82%로 전년보다 비중이나 양에서 늘어났다. 탄소 감축 결의는 난무하겠지만 구속력 있고, 제재가 동반되는 협약은 쉽지 않을 듯하다. 영국의 COP26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표명한 선도적(?) 역할보다는 다음 회의 때는 다른 당사국들의 중론을 좇는 전략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한국은 기후변화 악당국' 오명의 착오

한국은 기후변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서 상응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적지 않게 들어왔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국 순위는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과 비슷한 수준에서 9~10위권이다. 그런데 한국은 작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잠정으로 6억5000만t 정도로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자발적 감축안 기준연도인 2018년 대비로는 10%정도 감소한 것이다. 주요 탄소배출국에서 그래도 이 정도 탄소를 잡아나가는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제조업 국가로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지만 에너지 효율 면에서 강점이 있고 탄소 흡수원인 삼림 자원도 풍부하다. 태양광이 몰매를 맞아 주눅이 들어 있지만, 전력거래소 외의 직거래 전력까지 포함하면 재생에너지가 올여름 최고 더운 날 전체 전력 수요의 17%까지 달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탄소 감축도 늘어갈 것이다. 그래도 작년 탄소 감축의 주원이 경기 부진 등에 있고,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게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탄소 감축 노력을 훨씬 더 해야 하겠지만 세계 무대에서 주눅 들지 말고 우리의 노력과 성과도 당당히 알리고 '산업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입장을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미일의 전략적 공조가 이 분야에서도 여지가 있을 것 같다. 

 

한전의 애로는 공급능력 부족에 있다는 착각

올 8월 8일 오후 5시, 100GW가 넘는 전력 총수요가 발생하여 역사상 최고치에 달했지만 예비율은 11.4%로 충분했다. 평시에는 20% 이상의 넉넉한 예비율을 갖고 있다. 이후 2011년 대규모 순환 단전을 겪은 이후 원전이나 화력발전 용량을 확충했고, 신재생에너지도 꾸준히 늘려온 덕분이다. 

 

물론 데이터센터나 반도체단지 건설 등 전력의 신규 수요는 늘어나지만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진행되면 전반적인 공급 능력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도 이런 나라는 많지 않다. 

 

문제는 지역별 수급의 불균형에 있다. 주요 발전단지는 해안을 끼고 동해, 남해, 서해안에 배치돼 있다. 원자력은 물론이고 화력, 풍력, 태양광도 그렇다. 전력의 소비는 수도권이나 내륙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고, 이를 수송할 전력망의 신규 건설은 이뤄지지 못하는 데 핵심애로가 있다. 밀양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심한 민원과 갈등을 겪은 후 한전의 고압 철탑 건설이 대부분 중단 또는 장기 지연되고 있다. 

 

2013년 소위 밀양송전선로(756kv 신고리 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이 되지 못했지면 신고리 원전 3456호기에서 생산되는 우리나라 총전력의 5% 이상은 제대로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첨단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지역분산이 필요한 것이고 에너지가 생산된 지역 중심으로 소비가 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절실한 것이다. 최근에 관련 법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그 시행이 구체화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만신창이의 한전은 국가를 횡단 또는 종단하는 대용량 송전시설의 건설보다도 현 시설의 유지 보수만으로도 숨이 차다. 한국 에너지의 문제점은 전체적 수급 불균형에 있는 것도 아니고 탄소 배출에 있는 것도 아니고 유통 애로와 이에 따른 불균형 문제에 있다. 

 

전력시장 개방만이 정답이라는 착각

일부 학자를 중심으로 한전의 시장 독점 체재가 모든 에너지 문제의 근원이고 전력 거래도 시장에서 이뤄져야지 적절한 가격과 소비자의 선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한전이라는 공룡 공기업의 관료주의와 기득권 및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시장 혁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는다. 수긍되는 부분도 있다. 전력의 수급 유통 체계도 개선되어야 하고 한전의 운영과 공급망도 혁신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시장 만능주의는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에너지는 인류에게 빛과 열과 힘을 제공하는 공공재 성격이 크고 또 사회적으로 소외지대가 있어서도 안된다. 에너지 가격의 폭등사태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에너지는 늘 국가 간 갈등과 심지어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현재까지 한국의 전기 품질은 세계 1위였고, 정전 시간도 세계에서 가장 짧은 나라였다. 또 유럽과 같이 국가 간 거래를 할 수도 없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력 거래를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에너지가 탈원전 등 이념에 휩쓸리며 여러 가지 왜곡 현상이 나오면서 마치 이런 문제들이 한전의 구조적 문제인 양 모든 누명을 쓰고 있다. 

 

다만 전력 시장 개방은 일본과 같이 점차 확대되어야 하고 전기요금 결정 체계도 시장의 수요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력 부문 과학기술의 혁신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력반도체, 초전도, 송배전 시스템 혁신, 탄소 포집, 고용량 전기저장장치, 고효율 기기, 제로 탄소 건물 및 차세대 소형원자로 등 전력 부문의 빅 사이언스 발전만이 '치명적 착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길이다. 이래서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의 산학협력이 고도화돼야 하고 에너지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의 필요성도 있는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의 완화와 적응, 에너지 안보와 경제 그리고 최종 병기 에너지 과학기술 혁신 등을 국가 운영 차원에서 다룰 강력한 위원회 조직 같은 것의 필요성을 검토할 때이다. 

 

 

 

 

 

 

※ 이 글은 경제공부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무단복제나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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