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과열 상태가 이어져온 미국 고용시장에 냉각 기류가 흐르면서 미국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은 연준이 지난 1년 동안 전례 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고용지표는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유지하는 근거이자 명분이 됐다. 하지만 탄탄했던 고용시장이 드디어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연내에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은 쏙 들어갔다. 이로 인해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
29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지난달 882만 7000건으로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구인 건수인 700만건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1202만7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하락해 마침내 800만 건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구인 건수가 줄어든 분야를 살펴보면 전문직 및 비즈니스 서비스가 19만 8000건으로 많았고, 헬스케어가 13만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시장 과열을 이끌었던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추세가 꺾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자발적 퇴직자, 고용률, 구인율 등 이날 공개된 구인이직보고서에 담긴 지표들은 일제히 고용시장 냉각을 가리켰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연준이 바라는 대로 서서히 하강하되, 어느 정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경착륙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미국 민간경제연구소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경기 하강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6.1을 기록해 시장 예상(116)은 물론 전월(117)보다도 뚝 떨어졌다. 미국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고용시장과 소비자신뢰지수까지 하강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대신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연준이 기대했던 대로 고용시장 냉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5일 잭슨홀 연례회의 연설에서 긴축적 통화정책 중단의 선결 요건으로 고용시장 냉각을 제시한 바 있다.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무려 12bp(1bp=0.01%포인트) 급락해 4.89%를 기록했다.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8bp 떨어진 4.13%로 낮아졌다.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치를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구인이직보고서가 공개된 뒤 올해 남아있는 세 번의 연방공개 시장 위원회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종전 '1회(0.25%포인트)인상, 2회 동결'에서 '3회 동결'로 바뀌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용시장 냉각판단에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신규고용'을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1일 발표될 8월 신규 고용에서 둔화세가 확인되면 고용시장이 식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30일 미국 민간 고용 정보 업체 ADP는 8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17만7000개 늘어났다고 밝혔다. 7월 증가폭(31만2000개)보다 13만개 이상 적고, 시장 전망치(19만5000개)도 밑도는 수치다. 이 지표는 정부 데이터보다 이틀 먼저 발표돼 예측치로 활용된다. 이날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는 2.1%(전 분기 대비)로, 첫 발표인 속보치(2.4%)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되며 경기 과열이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용시장 통계만으로 금리 동결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현재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는 2%이며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로 인상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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