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장전망이 지배하던 올 1분기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주식을 더 늘렸다. 그 대신 뉴욕멜런은행, US뱅코프 등 은행주와 미중갈등 격화의 충격이 예상되는 대만 TSMC를 모두 매도했다. 장기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버핏이지만 TSMC를 모두 처분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버핏이 생각하는 미중갈등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헤지펀드계 전설'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는 미국 전기차 테슬라, 리비안을 대거 매도했다. 그 대신 월마트, 넷플릭스 등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
지난 15일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 투자전문회사 등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13F'(1억 달러 이상 운용기관 보유 지분 공시)에 따르면 버핏은 보유 비중 1,2위인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추가 매수했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총 3251억 달러(약 434조원)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46%를 차지한다. 보유 주식 수가 작년 4분기 8억 9000만주에서 올해 1분기 9억 1000만주로 2% 늘어났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7% 올랐는데 버핏도 수혜를 톡톡히 봤다. 작년 4분기 버핏이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금액이 1163억달러에서 1509억달러로 30% 껑충 올랐다. 애플 시가총액은 2조 7000억달러에 달하므로 버핏의 보유지분은 약 5% 수준이다.
애플에 대한 투자는 늘렸지만 버핏은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모두 덜어냈다. 버핏은 작년 3분기 TSMC 주식 41억달러(약 5조 4000억원) 보유를 신고했다. 작년 4분기엔 상당량을 처분했고 남아 있던 820만 주도 이번에 모두 팔았다.
이달 초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TSMC는 멋진 기업"이라며 "반도체 산업에서 TSMC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기업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나아가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하는 거세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작년 버핏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 석유회사 셰브론(CVX)과 옥시덴털은 다르게 투자됐다. 버핏 포트폴리오에서 저체 6.6%를 차지하는 셰브론은 일부매도했고, 4.1%를 차지하는 옥시덴털은 추가 매수했다. 버핏은 셰브론을 1억 6000만주에서 1억 3000만주로 19% 줄였고, 옥시덴털은 1억 9000만주에서 2억 1000만주로 9% 늘렸다. 버크셔는 현재 옥시덴털 최대 주주인데 주주총회에서 옥시덴털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번에 발표된 큰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에 공개된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이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체 9%를 차지한다. 주식수를 10억 1000만주에서 10억 3000만주로 2% 더 늘렸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가 올해 들어 17% 하락한 만큼 버핏도 손해를 봤다.
이 주식 평가금액액은 334억달러에서 295달러로 12% 감소했다. 버핏은 캐피털원파이낸셜에 9억달러를 신규 투자했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은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대형 은행으로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카드 발행 업체다. 버핏은 뉴욕멜런은행과 US뱅코프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같은 날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은행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버리는 은행 위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사이언매니지먼트의 1분기 말 포트폴리에는 뉴요커뮤니티뱅코프 85만주와 캐피털원파이낸셜 7만주가 새로 추가됐다. 최근 주가가 대폭 떨어진 지역은행주도 사들였는데 팩웨스트뱅코프 주식 25만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15만주를 신규 매수했다.
한편 억만장자 투자자 소로스는 테슬라를 비롯해 전기차 회사 지분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로스 펀드는 작년 2분기부터 테슬라 주식을 모아왔는데 1분기에 13만주를 전부 매각했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53% 오른 만큼 소로스는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보인다. 소로스는 미국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보유 지분을 크게 줄였다. 작년 말 1400만 주에서 올해 3월 말 350만주로 75%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소로스 펀드는 월마트, 넷플릭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등을 새로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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