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출발부터 꼬이면서 '반쪽 순방' 우려를 낳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무박 2일 이스라엘 방문이 마무리됐다. 이스라엘 하마스 확전을 막고 수십만 명의 가자 피란민들의 탈출로를 열어주겠다던 '중동의 선량한 중재자'는 트라우마에 빠진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위로를 안겨주긴 했지만 실질적인 돌파구 마련에는 미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한국 시간 오후 5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당일 밤 다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일정 직후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해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수장들과 직접 만나 '4자 회동'을 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가자지구 병원 폭파 참사로 사실상 일방적인 취소를 당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폭파된 시점은 현지시간 17일 오후 8시 30분이다. 요르단은 네 시간 후인 18일 0시 30분에 회담 취소를 결정하고 미국에 통보했다. 출발 전 일방적인 회담 취소를 통보받고도 이스라엘 방문을 강행했을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행기에 오르면서 이스라엘에 머무르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요르단으로 급파해 대안 마련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귀국 비행기에서 이집트 대통령, 팔레스타인 수장과 전화 통화를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집트의 닫힌 국경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했지만 시시 대통령은 국경 봉쇄 입장에 대해 변함이 없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 병원 폭발에 대해 이스라엘의 책임이 아니라는 쪽으로 말했다. 그는 "내가 봤을 땐 다른 쪽이 한 일인 것 같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비난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날 병원 폭발로 팔레스타인 47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데 대해 국제 사회는 일제히 분노하면서도,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아랍권과 서방의 의견이 판이하게 갈렸다. 아랍국가들은 이번 폭격을 "이스라엘의 학살,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면서 곳곳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18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며 돌을 던지고 인근 건무에 불을 질렀다.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고의적인 폭격으로 수백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다면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의 희생자들에게 떨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폭탄의 불길이 곧 시온주의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동맹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병원 공격을 "학살"이라고 비난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병원 공습은 끔찍한 사건이자 재앙"이라며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비극은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방 국가와 국제단체들도 민간인 희생을 규탄하면서 책임자 규명을 촉구했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민간인 희생을 애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의원들에게 "모든 사실을 파악하기 전에 서둘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보기관은 독립적으로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속하게 증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하마스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10여 명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해 잔인하고 비양심적인 학살에 이어 하마스의 금융가와 조력자들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중동 정상들과의 회담이 불발되면서 정세가 다시금 불안해지자 유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89.4달러로 개장 직후 3%대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2.78달러로 3.1% 올랐다. 전쟁 12일차를 맞은 이날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45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부상자는 1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측은 공습이 계속될 경우 250명에 달하는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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