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시장 예상을 깨고 22일 '깜짝'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티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다. 2021년 12월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으나 최근 물가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강력한 긴축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BOE가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시장에서는 영국 경제의 침체를 내다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BOE의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5%로 인상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MPC는 회의 직후 발표한 회의록 요약본을 통해 "최근 뜨거운 노동 시장과 수요 회복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적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자료가 있었다"며 "만일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증거가 나올경우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도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경제가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상황은 나중에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5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7%를 기록해 4월 수치와 동일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7.1%로 4월(6.8%)보다 되레 높아졌다. 영국의 근원CPI 상승률은 지난 1월 이후 5개월째 오름세다.
이날 BOE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영국의 최종 금리가 6%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상승률 자체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편이어서다. 주요국 중 두드러지는 물가상승률을 잠재우려면 향후 차가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HSBC 자산운용의 조셉 리틀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서방 경제국보다 더 지속적임을 보여준다"며 "6%에 달하는 최종 금리 전망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고 말했다.
고금리 여파로 영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뿐 아니라 가파르게 오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져 수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금융데이터 업체 머니팩츠에 따르면 주담대 2년 고정금리 평균은 지난해 3월 연 2.65%에서 현재 6.9%까지 오른 상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금리가 6%에 도달하면 영국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건 영국뿐만이 아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8.5%에서 15%로 6.5%포인트 인상했다. 튀르기예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튀르키예는 세계 각국이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가파른 통화 긴축에 나서는 와중에도 금리를 내리는 '역주행'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튀르키예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85%까지 치솟은 바 있다. 중앙은행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점진적 방식으로 긴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연내 기준금리를 2번 더 인상할 태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전날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거의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어느 정도 더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의회 증언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연말까지 두 차례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는 데 대해 "꽤 타장한 추측"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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