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 회복세가 코로나19 리오프닝 이후 기대에 못 미치면서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올해 고점 대비 20~3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중국 제조업이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집계됐다. 전월(49.2)은 물론 시장 전망치(51.4)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중국의 월간 제조업 PMI는 지난해 12월 47.0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3월 3개월동안 기준점인 50을 넘으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4월 다시 50 아래로 떨어진 이후 두 달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 대상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는 관련 분야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각각 의미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60%를 차지하는 소비의 회복세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경기를 보여주는 비제조업 PMI는 5월 54.5로 집계돼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전월(56.4)과 시장 예상치(55.0)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소비시장 주축인 청년 실업률 급증으로 내수시장 회복세가 계속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올여름 대학 졸업생 약 1200만명이 새로 취업시장에 진입하면 청년 실업률이 25%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제조업이 수요약화로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제조업 활동 축소와 함꼐 소비가 주도하는 회복세도 동력을 잃어 경제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으로 전 세계 구리 수요의 60%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건축용 전선 제조를 위한 구리 수요가 특히 많은데 올해 중국의 1~4월 부동산 개발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2% 줄어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 대출우대금리(LPR)를 8개월 연속 동결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동산 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은 중국 GDP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 대한 비중이 높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사용권 수입에 재원을 의존해오던 중국 지방 정부들은 최근 재정 문제가 잇달아 불거졌고,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여력이 저하되면서 더 이상 재정 지출로 성장률을 떠받치기 어려워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주 구리 가격은 t당 7910달러까지 하락해 올해 고점인 9436달러에서 20%가량 급락했다.
지난 26일 기준 LME의 구리 재고량은 9만7725t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연과 알루미늄 가격도 연초 대비 17~36% 떨어졌다.
구리의 경우 현물과 선물 가격 격차가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super-con-tango)' 현상도 나타났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자와 보관비 등 비용 때문에 보통 현물 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낮은데 수요 부족으로 현물가격이 통상 수준을 넘어 선물 가격보다 내려간 상황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션타임스는 "중국의 경제 반등이 정체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해 지난주 올해 평균 구리 가격전망을 t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구리는 인프라, 차량, 건축자재, 전자제품, 기계장비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된다. 이 때문에 구리 수요량은 글로벌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쓰여 '닥터 코퍼'로도 불린다. 구리 가격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상승하고 하강 국면에서 하락한다.
실제로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2008년 리먼 쇼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세계적 경제 침체가 닥칠 무렵 구리 가격은 다른 경제지표에 앞서 급락했다.
중국발 수요 둔화 외에 미국발 금융 리스크 지속, 부채 한도 향상 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도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하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관련 수요가 늘어나 연내 구리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리는 전기차와 풍력발전 설비 등의 내부 배선에 꼭 필요한 금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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